현대건설이 해외수주 잭팟을 터트리며 불황과 싸우는 건설업계에서 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현대건설은 최근 27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마잔 개발 프로그램 패키지6·12’ 계약을 체결했다. 올 1분기에는 1건의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했지만 2분기부터 연달아 대규모 수주 낭보를 전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잇따른 희소식에 다시 한번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 기대감이 커졌지만 반환점을 돈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절반인 5000억원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정부규제로 국내 주택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분양시장 전망도 흐리다. 하반기 현대건설은 어떻게 고비를 넘어야 할까.
| 현대건설의 해외 현장. /사진제공=현대건설 |
◆정진행·박동욱 투톱 체제 출범
현대건설은 올초부터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재진입을 자신했다. 이를 위해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 수주는 전년(19조339억원) 대비 26.6% 증가한 24조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이를 위해 ▲경쟁력 우위공종 집중 ▲포트폴리오 다양화 ▲투자사업 확대 ▲전략적 제휴 등으로 경쟁력 강화를 다짐했다. 동시에 기술·수행 경쟁력 강화 등 ‘설계·시공·조달’(EPC) 기본 역량을 강화해 양질의 공사를 수주하는 등 시장 신뢰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중동 및 아시아 등 경쟁력이 검증된 지역에서 수주를 확대하고 가스·복합화력·매립·항만·송변전 등 경쟁력 우위 공종에 집중하며 미주·아프리카 지역 등 신시장 개척과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이를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로 가기 위한 초석으로 삼자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또한 해외통으로 꼽히는 정진행 전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올초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정 부회장과 박 사장 투톱 체제로 국내 주택사업과 수익성 위주의 해외사업 선별을 통해 업계 불황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낙관했다.
◆잇단 수주 낭보… 하반기도 ‘맑음’
투톱 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현대건설은 올 1분기 단 1건의 해외 수주도 올리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당초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26.6% 상향된 24조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던 만큼 1분기부터 목표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2분기부터 대형 해외수주 소식을 전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현대건설은 ▲5월 이라크 해수공급시설(약 2조9249억원) ▲7월 사우디 마잔 원유 처리시설(약 3조2000억원) 사업을 수주하며 잇따라 잭팟을 터트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현대건설의 별도 기준 올해 수주목표는 13조9000억원으로 이 중 해외 수주 목표치가 7조7000억원인데 단 두건의 수주로 전체 목표의 80% 수준까지 도달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 우려가 컸지만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며 “정 부회장과 박 사장의 시너지로 각각 이라크·사우디 대형 수주를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하반기 전망도 맑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알제리 복합화력(약 9420억원), 파나마 메트로(1조5898억원)를 비롯해 카타르 LNG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해외 프로젝트 규모는 상반기보다 작지만 수주 가능성이 크고 수익성이 양호해 실적 기여도도 높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부 규제에 분양시장 ‘흐림’
해외 수주 전망과 달리 전체 목표 실적 달성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8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조원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해 다시 연간 영업이익 목표를 1조원으로 내세웠지만 달성 가능성은 다소 요원하다.
현대건설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9.6% 오른 3조877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052억원을 올려 6.1% 떨어졌다. 2분기 업계 전망치는 매출 약 4조1000억원, 영업이익 약 2501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2.7% 하락,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1%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목표를 이루려면 상반기에 목표의 절반을 달성했어야 하지만 매출은 약 5000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가량 미달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규제로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가득해 하반기 목표 실적 달성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1~6월)에만 총 6건의 주택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을 수주하며 건설업계에서 유일하게 1조원을 넘겼지만 하반기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도입’ 발언으로 시장이 뒤숭숭한 탓이다. 후분양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돼 하반기 목표 실적 달성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도입 등이 거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규제 방향 설정이 확정되지 않아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하반기에도 정부의 규제 기조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에 맞춰 따라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