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소통 바람이 분다. B2C기업뿐만 아니라 B2B까지 다양한 소통플랫폼으로 회사를 적극 홍보하는 데 한창이다. 임직원이 직접 브이로그로 회사생활이 어떤지, 회장이 자주 찾는 맛집은 어디인지, 새로운 연구센터 풍경은 어떤지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제품의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사례는 흔한 일이며 주주와의 소통은 필수 경영요소가 됐다. <머니S>가 재계의 새로운 소통 풍경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재계에 부는 ‘소통경영’ 신바람-④·끝] 주주와 소통 강화하는 기업들
과거 우리나라 기업의 주주총회는 일부 지배주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이 주총뿐만 아니라 기업설명회(IR) 등을 적극적으로 개최하며 주주와의 소통에 나섰다. 나아가 일부 기업은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등 ‘주주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기업과 주주 사이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부는 이유는 주주의 가치가 예전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 2019년 포스코 사외이사 IR. /사진제공=포스코 |
◆주주의 달라진 위상
포스코그룹은 지난 8일 주주들을 대상으로 ‘2019 사외이사 IR’을 개최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100대 경영개혁 과제에 포함돼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사외이사 IR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주주소통의 장이다.
당시 행사에는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3명과 전중선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 등 경영진 5명이 참석했으며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 7개사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는 주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리스크 저감방안 ▲기업시민활동 추진방향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을 설명했으며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을 통해 주주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신배 의장은 “포스코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수준평가에서 A+를 받는 등 매우 선진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졌다”며 “사외이사들도 주주 여러분이 주는 의견을 지배구조개선 및 경영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주주와의 소통을 중시하게 된 배경에는 스튜어드십코드가 있다. 이 제도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으로 주주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내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 최대 투자기관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지 1년이 됐다. 2016년 국내에 제정된 스튜어드십코드는 이해관계자 이견에 따른 대립으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이를 도입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주주가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다시 모였다.
국민연금이 나서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기관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곳은 총 104곳으로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말까지 도입기관이 130~140곳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2019년 포스코 사외이사 IR. /사진제공=포스코 |
◆‘양날의 검’ 스튜어드십코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주주가치 기대감이 지속되려면 제도 운영방침에 대한 기준이 제대로 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처음 맞이한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사회적 공분을 샀던 한진칼·대한항공·남양유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수동적인 자세로 임하며 ‘찬성 거수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조직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여론까지 악화되자 국민연금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영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주주가치 개선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의견이 많다”며 “앞으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관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주주가치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B자산운용처럼 활발하게 주주권 행사를 펼친 곳도 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에스엠을 상대로 배당성향 확대와 적자 자회사 사업 철수, 광주 신세계 자진 상장폐지, 중소형 미디어업체 KMH 지배구조 개선, 인선이엔티 신규투자 계획 공유 등을 요구했다.
다만 기업과 주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정책에 치우친 행보를 경계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활동이 인수합병(M&A), 재무구조, 경영참여전략 등으로 다양해진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우 기업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들의 과잉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소각 제안은 자칫 기업의 자본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고 재무구조 악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질적인 측면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관수가 늘면서) 체리피킹과 프리라이더(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 조직을 설치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자투표, 소외된 주주 없도록
섀도보팅제도 폐지 역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주총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주주참석 여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주총 일정이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는 전년보다 약 10% 증가한 830개사 이상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회원 상장사들이 섀도보팅제도 폐지로 주총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주들을 모으기 어려운 주총 집중일은 자발적으로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참여 기업이 늘었음에도 올해 ‘슈퍼주총데이’(3월 마지막주 목·금)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에 대해 상장협의회는 외부감사제도 변경으로 인해 회계감사가 까다로워지면서 감사보고서를 일찍 받지 못한 기업들이 주총을 늦추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외부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기업과 주주의 소통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의결정족수 부족을 해결하려면 전자투표제도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1% 미만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에게 주총개최 여부를 통보할 것도 제시했다.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주주들은 올 들어 5%에 불과한 반면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90~95%에 이른다”며 “가장 큰 차이는 주총 통지단계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족수 부족완화를 위해서는 주총 소집통지를 모든 주주에게 전자적·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전자투표도 의무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