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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 2013년, 남양유업은 지역대리점에 ‘밀어내기’를 했다는 고발과 함께 본사 직원의 막말 녹취록이 공개돼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이 사건은 본사와 대리점 간 암묵적 ‘갑을관계’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큰 논란이 됐고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인사였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농심에서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그는 7~8년 동안 농심에서 비상임법률고문을 맡으면서 거액의 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농심=박근혜 정권의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여겼고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두 기업의 불매운동은 금세 시들었다. 전자는 사회적 계급을 나누는 ‘갑과을’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논란이 됐고 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추락한 부정 정권의 혜택을 받은 기업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두 기업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매운동은 다른 이슈가 나타나며 조용히 묻혔고 소비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남양유업, 농심 제품을 구매했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제강점기 때 하지 못했던 독립운동을 불매운동으로 갚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요즘 진행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남양유업이나 농심 불매운동 때와 다른 양상이다. 물론 이번 불매운동은 대상이 기업에서 국가로 확산됐다. 특히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을 향한 우리 국민의 잠재적 감정이 좋지 않다. 바로 그 일본이 우리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이번 불매운동은 그 어느 때보다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부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일본제품을 보이콧하는 추세며 일본업체로 낙인이 찍힌 기업들은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불매운동 직격타를 맞고 있다. 국내 여행객들은 예약했던 일본여행을 대거 취소하며 일본 ‘안가기 운동’까지 벌인다.
이번 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우리가 실리적으로 얻을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번복 조치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저력을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음은 덤이다. 또 국내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는 국내 기업의 마인드 재정립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기업들은 소비자를 우습게 안다. 어느 때부터인가 기업들은 깐깐한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폄하시킨다. 일부 기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상품 가격을 더 싸게 책정한다. 그동안의 불매운동이 무위에 그치자 기업들이 더이상 소비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일본 유니클로 고위 임원의 “불매운동이 오래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기업이 소비자를 어떻게 여기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불매운동이 중요하다. 단순히 외교적 성과를 얻는 것을 넘어 ‘성난 민심’이 모이면 기업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불매운동 불씨가 전국에서 오랜 기간 활활 타오르길 기대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