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 개막이 100일 안으로 다가왔다. 매년 최다 관객기록을 경신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지스타. 올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1월14일 개막을 시작으로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4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지스타는 매년 독특한 콘셉트와 트렌드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개막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14년간 개근한 넥슨이 올해 지스타 불참을 선언하면서 행사의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축제의 꽃’으로 불리는 메인스폰서도 쉽게 점쳐지지 않아 축제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2018 지스타 현장. /사진=뉴스1 여주연 기자
2018 지스타 현장. /사진=뉴스1 여주연 기자

◆넥슨의 속사정은
넥슨은 매년 지스타에 참가해 B2C 최대규모로 부스를 꾸렸다. 지스타 프리뷰를 통해 라인업을 공개하며 다음해에 출시할 게임을 선보였다. 지난해 지스타에서도 최대규모인 300부스를 마련해 14종의 출품작을 전시하고 623대(모바일 543대, PC 80대)의 시연기기를 구축했다.


그러나 올해 넥슨은 지스타 불참을 선언하며 ‘넥스타의 귀환’을 포기했다. ‘내실 다지기’를 통해 개발 및 서비스 중인 게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넥슨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올해 모바일 라인업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넥슨은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스튜디오의 지분을 확대해 자회사 편입을 준비하는 한편 ‘바람의 나라: 연’, ‘카운터사이드’, ‘V4’ 등을 일정에 맞게 준비하기 위해 힘쓸 계획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다. NXC 공개매각으로 드러난 ‘경쟁력 부재’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과 시스템을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98.64%를 전량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본입찰 과정에서 10조원이 넘는 인수가가 발목을 잡았다. 넥슨 연매출 가운데 1조원 이상이 ‘던전 앤 파이터’에 쏠린 만큼 글로벌시장에 대응할 콘텐츠 및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인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꼬리표처럼 떠돌면서 게임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김정주 대표의 자존심에도 상처가 났다. 매각이 무산된 후 김 대표는 개발조직을 쇄신할 선장으로 ‘던파의 아버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낙점했다. 이에 앞서 사업부도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내부 시스템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넥슨에 정통한 게임사 고위 임원은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허민 대표가 넥슨에 올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시스템의 변화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상되지만 수년째 메가히트작이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허 대표의 과감한 결단력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쪽부터)리니지 2M, MMORPG 에어, 검은사막. /사진제공=각 사
(위쪽부터)리니지 2M, MMORPG 에어, 검은사막. /사진제공=각 사

◆영향력 甲 빈자리는 누가
넥슨이 빠진 빈자리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지스타가 신규 라인업을 선보이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인 만큼 신작 출시가 유력한 기업들이 물망에 올랐다. 지스타를 주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대기업체 위주로 공백을 메운다는 입장이지만 올해는 넥슨이 빠지면서 그 대체자가 메인스폰서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엔씨소프트다. 올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을 출시하는 엔씨소프트는 내년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기반의 콘솔게임도 준비 중인 만큼 지스타를 통해 공개하기에 손색이 없다.
다만 B2C 참가접수 기간이 지난 8월26일에 마감됐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B2B관에 게임 스타트업 전시부스를 후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펄어비스도 유력한 대체자로 손꼽힌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를 통해 온라인과 모바일서비스를 제공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엑스박스원·플레이스테이션4(PS4)를 지역별로 선보인 데다 E3 등 해외 게임쇼·컨퍼런스에서 차세대 게임엔진 및 신작 ‘프로젝트K’ 등을 공개한 바 있어 지스타 B2C 부스 참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검은사막 모바일로 존재감을 알렸던 지난해조차 B2C 부스를 꾸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단정짓기 어렵다.

크래프톤은 복병으로 꼽힌다. ‘테라’ IP와 ‘배틀그라운드’를 손에 쥔 크래프톤은 앞으로 선보일 신작이 다양하다. 온라인 MMORPG ‘에어’(A:IR)를 필두로 로그라이크 역할수행게임(RPG)장르의 ‘미스트오버’를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 플랫폼에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크래프톤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한 만큼 올해는 B2C 부스를 통해 관람객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위메이드,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등 중소·중견게임사들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후보군에 오르내렸다.

위메이드의 경우 미르4, 미르M, 미르W 등 3연작을 아우르는 ‘미르 트릴로지’ 브랜드를 론칭했고 컴투스는 올 들어 데이세븐, 마나코어, 노바팩토리 등 특성장르 전문개발사를 인수해 다양한 라인업을 확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테라 클래식’에 이어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달빛조각사’와 크래프톤의 ‘에어’까지 MMORPG 퍼블리싱으로 보폭을 넓힌 점이 특징이다. 지스타 B2C 시연존 특성상 MMORPG가 관람객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 때문에 지난해 ‘카카오 배틀그라운드’와는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 지스타 불참은 규모의 공백이 우려되지만 많은 업체가 참여해 콘텐츠를 다양화할 기회”라면서도 “다만 중국업체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인공 격인 메인스폰서를 가져간다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판호나 차이나조이를 생각하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