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왼쪽)와 다비드 실바. /사진=로이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왼쪽)와 다비드 실바. /사진=로이터

1992년 프리미어리그(EPL)가 출범한 이후 잉글랜드 무대를 지배한 팀은 단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였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리빌딩이 성공적인 결과로 돌아온 맨유는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 등 유스 출신 선수들을 주축으로 수많은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특히 1998-1999시즌에는 잉글랜드 구단 최초로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달성하는 감격을 누렸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던 아스날과 조제 무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등이 부임한 첼시가 맨유의 아성을 잠시나마 위협했으나 ‘레드 데빌스’(맨유의 애칭)의 장기 집권을 무너뜨리진 못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군웅할거가 시작되면서 많은 팀이 잉글랜드의 패권을 둔 다툼을 이어갔다. 이 중 현재까지 맨유에 이은 잉글랜드 최고의 팀에 근접한 팀은 퍼거슨 감독이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낮춰 불렀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다.


이미 2011-2012시즌 퍼거슨 감독의 맨유와 치열한 경쟁 끝에 44년 만에 극적으로 리그 우승을 경험한 맨시티는 2010년대 들어 네 차례나 EPL 정상에 올랐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후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 맨시티는 2017-2018시즌 리그 역대 최다 승점(100점), 최다 득점(106골), 최다 득실차(+79) 등 EPL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난 시즌에도 리버풀과 역대급 우승 경쟁을 이어간 맨시티는 EPL 역대 2위 승점에 해당하는 98점으로 2연패에 성공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로드리, 주앙 칸셀루를 영입한 맨시티는 이번 시즌에도 리버풀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개막 후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둔 맨시티는 3연패를 향해 순항 중이다.

반면 맨유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2-2013시즌 우승 이후 단 한차례도 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한 맨유는 지난 시즌에도 6위에 그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에도 반전은 커녕 4경기 동안 1승 2무 1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미 수년간 맨체스터 시내에서 열리는 우승 퍼레이드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맨시티의 유니폼으로 가득 차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맨시티가 리그를 비롯해 리그컵, FA컵까지 모두 차지하며 무관에 그친 맨유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최근 들어서는 맨시티가 맨유를 완전히 압도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구도가 형성되는 데는 매시즌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는 ‘살아있는 전설’ 다비드 실바와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역할이 컸다.

◆맨시티를 맨유의 ‘무서운 이웃’으로 만든 아구에로와 실바

맨유가 승승장구하던 당시, 그들의 이웃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초라한 시즌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때 잉글랜드 리그 1(3부리그)까지 추락했던 맨시티는 중하위권을 전전했다. 맨유가 첼시에게 뺏긴 EPL 왕좌를 탈환했던 2006-2007시즌, 두 팀의 승점 격차는 무려 47점에 달했다.

이듬해 태국의 전 총리였던 탁신 친나왓이 구단주로 부임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맨시티는 이후 진정한 전성기를 맞았다. 바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왕자이자 부총리직을 겸하고 있는 ‘억만장자’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하 만수르)이 구단주로 부임하면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를 약속한 만수르는 2008-2009시즌을 앞두고 호비뉴, 숀 라이트 필립스 등을 영입했다. 그리고 맨시티 전성기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될 빈센트 콤파니와 파블로 사발레타도 비슷한 시기에 맨시티에 합류했다.

대대적인 투자를 받기 시작한 맨시티의 본격적인 성과는 이듬해부터 나타났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이전보다 더욱 맨시티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2009년 여름, 전 시즌 리그 득점 3위에 빛나는 엠마뉴엘 아데바요르를 영입한 맨시티는 전 시즌까지 맨유에서 뛰었던 카를로스 테베즈까지 품었다.

맨유, 리버풀, 아스날, 첼시로 구성된 ‘TOP4’ 자리를 위협할 정도의 스쿼드를 갖춘 맨시티는 리그 5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마지막 티켓을 두고 경쟁한 토트넘 홋스퍼와의 리그 37라운드 경기에서 0-1 패배를 당하면서 4위 등극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당시 토트넘과의 승점 차는 불과 3점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정상을 노리는 만수르와 맨시티의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됐다. FC 바르셀로나에서 야야 투레를 영입한 맨시티는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을 다비드 실바까지 데려왔다. 이미 발렌시아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명으로 성장한 실바는 EPL 무대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입증해나갔다.

소속팀 맨시티 역시 실바가 합류한 2010-2011시즌 아스날을 제치고 리그 3위에 오르면서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FA컵에서는 야야 투레의 활약이 빛났는데 투레는 4강 맨유전에 이어 스토크시티와의 결승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스토크시티의 육탄 방어진 사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흔든 투레의 득점은 1975-1976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무려 35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맨시티의 설움을 날려 보내는 장면이었다.

맨시티의 영광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새로운 시즌을 앞둔 맨시티는 3800만파운드(약 557억원)을 들여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영입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만 100골 46도움을 올렸던 아구에로는 맨시티의 마지막 퍼즐과도 같은 선수였다.

2011-2012시즌 QPR과의 EPL 최종라운드에서 아구에로의 극적인 결승골로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맨시티. /사진=로이터
2011-2012시즌 QPR과의 EPL 최종라운드에서 아구에로의 극적인 결승골로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맨시티. /사진=로이터

스완지 시티와의 EPL 개막전에서 홀로 2골 1도움을 올린 아구에로는 적응기 없는 활약을 펼치며 리그에서만 23골 10도움을 올렸다. 특히 퀸즈파크 레인저스와의 최종전에서는 후반 추가 시간 팀의 극적인 역전승과 함께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득점을 뽑아내며 홈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EPL 무대에 완벽히 적응한 실바 역시 해당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리그에서만 17도움을 올리며 도움왕에 오른 실바는 특히 리그 9라운드 올드 트래포드 원정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 팀의 5번째 골을 넣은 실바는 경기 종료 직전 에딘 제코를 향해 놀라운 패스를 건네며 맨유에 1-6 대패라는 치욕을 안겼다.

2012-2013시즌에는 퍼거슨 감독의 놀라운 지도력으로 맨유가 압도적인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미 맨체스터 축구의 패권은 맨시티를 향하고 있었다. 2011-2012시즌 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대승과 리그 우승은 그 신호탄이었다. 맨시티는 더 이상 맨유의 ‘시끄러운 이웃’ 정도의 팀이 아니었다.

◆마지막 동행중인 두 선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웃을까

맨시티에서 리그 4회 우승, 리그컵 4회 우승, FA컵 1회 우승을 합작한 아구에로와 실바는 맨시티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먼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며 지금까지 맨시티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아구에로는 구단 역대 득점 기록을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환상적인 슈팅 감각으로 멀티골을 기록한 아구에로는 맨시티 소속으로 237골 70도움을 올리고 있다. 2위 에릭 브룩(177골)과의 격차는 무려 60골에 달한다. EPL만 놓고 보더라도 총 170골을 넣은 아구에로는 EPL 역대 득점 순위 6위에 올랐다.

실바 역시 맨시티와 EPL 무대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다. 본머스와의 리그 3라운드에서 맨시티 소속으로 400경기를 치른 실바는 브라이튼 전에서 2도움을 추가하면서 지금까지 모든 대회서 총 71골 13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 4경기 동안 4도움을 올리고 있는 실바는 EPL 역대 최다 도움 5위에 오른 데니스 베르캄프(94도움, 실바는 87도움)의 기록도 넘볼 수 있는 상태다.

EPL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득점력과 도움 창출 능력을 지닌 아구에로와 실바는 수많은 골을 함께 만들어냈다. 지난 브라이튼전까지 두 선수는 총 28골을 합작했는데, 이는 디디에 드록바-프랭크 램파드(첼시·36골), 티에리 앙리-로베르트 피레(아스날·29골) 조합에 이은 EPL 역대 세번째 기록이다. 

빈센트 콤파니(왼쪽)과 함께 수많은 우승과 함께했던 실바(가운데)와 아구에로. 이번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빈센트 콤파니(왼쪽)과 함께 수많은 우승과 함께했던 실바(가운데)와 아구에로. 이번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눈부신 기록과 함께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아구에로-실바 콤비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실바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맨시티와 작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약 9년 동안 맨시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선수는 이제 팀의 숙원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려고 한다.
맨시티와 아구에로, 실바는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2시즌 연속 죽음의 조에 속했던 2011-2012시즌과 2012-2013시즌에는 조별예선 탈락을 당했으며 이후에도 2년 연속 16강에서 FC 바르셀로나를 만나 좌절했다.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인 맨시티는 지난 시즌에도 8강에서 토트넘 홋스퍼와 역대급 우승 경쟁 끝에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아쉽게 무너졌다.

절치부심에 나선 맨시티는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겨냥하고 있다. 실바도 최근 현지 매체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시티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선물한다면 완벽할 것”이라며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맨시티 선수들은 이번 시즌 개막 후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예열에 들어갔다. 팬들 역시 아구에로와 실바가 끝내 빅이어를 차지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기에 살아있는 전설들을 향한 애정어린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