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잘났다.” 메신저로 날아온 짧은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많은 이가 순간 복잡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내가 잘생겼나’, ‘화가 났나’와 같은 가벼운 고민은 텍스트만으로 진행한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오해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인간의 표정과 몸짓은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메신저 사용이 일상화돼 상대를 볼 수 없는 최근에는 ‘이모티콘’이 감정 전달자 역할을 대신하는 추세다. <머니S>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모티콘 산업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감정의 그림말, ‘이모티콘’ 열풍-상] ‘제2의 언어’가 되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 모바일 메신저는 우리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그와 함께 발달한 것이 ‘이모티콘’(Emoticon)이다. 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조각을 뜻하는 ‘아이콘’(Icon)을 합친 말이다. 


보통 온라인에서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그림 기호를 말한다. 단순히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이모티콘이 최근에는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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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보조’에서 ‘중심’으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 이모티콘은 웃는 모습을 표현한 기호(^^)로 ‘스마일리’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과거 특수문자를 이용한 단순한 형태에 불과했던 이모티콘이 최근에는 메신저 프로그램의 발달로 소리와 간단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접목된 이미지 형태로 발전했다. 현시점에도 이모티콘 전문 제작업체를 비롯해 인기 웹툰, 캐릭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모티콘으로 제작하는 등 관련 산업이 양적‧질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종류가 많아지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보조적 성격이 강했던 이모티콘이 10~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어느새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 됐다. 실제로 매달 카카오톡을 통해 발신되는 이모티콘 메시지 수는 약 20억개 정도이며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용자는 월 2700만명에 달한다. 다만 이모티콘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대한 의미해석은 개인차는 존재한다.

중학생인 A군(15)은 “글로 쓰는 것보다 이모티콘을 쓰는 게 더 편할 때가 많다”며 “친구들끼리 모인 채팅방에서는 이모티콘으로만 대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을 모으는 게 취미라는 대학생 B씨(21)는 “다양한 이모티콘을 모으는 재미도 있고 가끔 대화하다 지루해질 때 사용하면 분위기도 전환된다”며 “적절하게 사용하면 텍스트로 의사소통을 할 때보다 감정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모티콘에 익숙지 않은 세대의 반감도 있다. 40대 후반인 OO회사의 김모 부장은 “동호회 활동을 함께 하는 직원들과 만든 채팅방이 있는데 이모티콘으로만 대답하는 직원을 보면 대화를 성의 없이 넘기는 것 같아 불편하다”면서도 “이모티콘이 유행이고 업무 외 공간인 만큼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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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로 뜬 ‘이모티콘’

이러한 이모티콘의 보편화는 플랫폼 업체의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누적 판매액이 10억원을 달성한 이른바 ‘대박’ 이모티콘은 지난해 기준 50개에 달했다.
이모티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카카오의 올 2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카카오의 2분기 연결매출은 전분기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73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한 405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6%에 달했다.


이모티콘 사업부문이 포함된 카카오톡 기반 비즈니스 ‘톡비즈’의 매출개선이 눈에 띈다. 카카오의 2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3268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톡비즈가 1389억원으로 42%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올 8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톡비즈는 핵심 성장동력”이라며 “연말이면 6000억원이 넘는 매출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크리에이터스 마켓 스티커 판매량이 누계 기준 600만개를 돌파했다. 스티커 매출 상위 작가 10명의 평균 누적 판매액은 50억원을 넘어섰다. 네이버의 올 2분기 매출은 1조6303억원으로 이 중 약 36%가 라인 및 기타플랫폼 매출(5900억원)로부터 나왔다.


소통의 주연이 된 ‘이모티콘’, 하루에 얼마나 사용합니까

◆저작권 어쩌나… 성장통 해결해야

다만 급성장한 이모티콘 산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저작권 보호를 위한 이모티콘 심사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올 7월 카카오에서는 띵동 작가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즐거우나루’가 논란이 됐다. 일본의 유키 카나이 작가가 2016년 출시한 ‘슈퍼하이스피리츠캣’ 이모티콘과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라인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이모티콘을 판매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의 경우 라인이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공식몰이 아니라 창작자가 일정기준에 부합하면 간단한 심사를 거쳐 자유롭게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내부적인 심사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모티콘 등이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라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스티커(이모티콘)가 논란이 됐다. 이에 라인은 창작자가 한국 거주자가 아니면 국내에서 이모티콘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판매지역 제외조치’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후에도 라인은 배경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문양이 활용된 ‘양키 고양이’ 이모티콘을 판매했다가 삭제했다. 앞서 과거 군국주의 관련 논란이 있었던 만화 ‘개구리중사 케로로’ 이모티콘을 판매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

한 이모티콘 제작 관계자는 “이모티콘 관련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선정적이고 다소 무리한 콘셉트의 이모티콘이 출시되기도 한다”며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도 ‘이런 게 출시돼도 괜찮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이모티콘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다양한 부작용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모티콘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메신저 업계 한 관계자는 “이모티콘 산업은 영화나 음악, 책 등의 다른 콘텐츠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진입장벽이 낮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저작권 보호, 역사왜곡, 선정성 등을 걸러낼 규제는 필요하지만 논란이 계속될 경우 필요이상의 규제가 생겨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모티콘을 활용한 사업을 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 제작자, 작가 등 관련 종사자들의 자구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1호(2019년 9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