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투수 브룩스 레일리(오른쪽). /사진=뉴스1 |
유종의 미조차 거두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투수 브룩스 레일리 이야기다.
레일리는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2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롯데가 이날 경기에서 1-3으로 지면서 레일리의 시즌 패배는 14패로 늘어났다. 승리는 단 5승에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3.88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에만 10경기에 출전해 승리 없이 7패를 기록했다.
레일리의 기록만 본다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레일리는 이번 시즌 30경기에 선발 출전해 181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전체 투수들 중 6위다. 탈삼진은 140개로 SK 와이번스 앙헬 산체스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레일리는 퀄리티스타트(선발 출전 투수가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것)도 19회로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 출전 경기당 평균 이닝은 6.03이닝이다. 일단 선발로 등판하면 이닝만큼은 확실하게 먹어줬다는 뜻이다.
문제는 수비였다. 롯데의 이번 시즌 수비 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실책(111개), 폭투(100개), 수비율(0.989),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0.297)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불안한 수비는 투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레일리라고 다르지 않았다. 레일리는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패배를 기록한 경기가 무려 6경기나 됐다. 대략 퀄리티스타트를 3경기 하면 1경기는 무조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뒤집혔다는 이야기가 된다. 반면 득점지원은 경기당 3.68점에 그쳐 팀 동료 브록 다익손(3.42점)과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과 FIP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크다. FIP는 수비 무관 추정 평균 자책점으로 피안타를 제외한 피홈런, 탈삼진, 볼넷 만으로 평균자책점을 다시 계산한 것이다. 보통 FIP가 평균자책점보다 낮을 경우 '불운한 투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레일리는 이번 시즌 3.8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에 반해 FIP는 3.78로 다소 낮았다. 리그에서 FIP가 평균자책점보다 낮은 투수는 레일리를 포함해 8명뿐이다. 이 중 평균 자책점이 3점대 이하인 선수는 레일리와 최원태(키움 히어로즈, 3.28), 산체스(2.73), 워윅 서폴드(한화 이글스, 3.51)밖에 없다.
26일 경기는 레일리의 현실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 경기였다. 1회초 이창진에게 2점 홈런을 맞은 레일리는 2회에도 1사 1루 상황에서 이진영이 2루수 김동한의 실책으로 출루하며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레일리는 이어진 고장혁의 타석에서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3루수 김민수가 더블플레이로 연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민수는 2루쪽은 쳐다도 보지도 않은 채 홈 쪽을 잠깐 보더니 그대로 1루에 연결시켰다. 아웃카운트는 하나 올라갔지만 3루주자 문선재가 홈을 밟으며 KIA가 추가점을 얻어냈다.
레일리는 김민수가 머뭇거리자 허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2루를 한번 가리키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민수가 1998년생의 어린 선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잘 던지는 투수가 있어도 팀이 돕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15년 만에 리그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 롯데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말미 새롭게 성민규 단장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팀 개편의 시동을 걸고 있는 롯데로서는 기존에 있는 자원들을 잘 활용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