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한국시간) 2019-2020시즌 EPL 8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와 함께 부진의 늪에 빠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진=로이터
지난 6일(한국시간) 2019-2020시즌 EPL 8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와 함께 부진의 늪에 빠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진=로이터

잉글랜드에서 리버풀과 함께 최고의 축구 명문을 다투는 팀은 단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전신인 잉글리시 풋볼리그를 포함해 리그에서만 20회 우승(최다)을 달성한 맨유는 FA컵 12회, 리그컵 5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등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맨유가 최고의 구단으로 거듭나는 데에는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영향이 지대했다. 1986년 에버딘을 떠나 맨유에 부임한 퍼거슨 감독은 대대적인 리빌딩을 단행했다. 맷 버스비 감독이 만들어 낸 영광의 시대를 뒤로한 채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어졌던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개혁 아래 새롭게 태어났다.

유스 출신인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 니키 버트 등 이른바 ‘퍼기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축한 퍼거슨 감독은 피터 슈마이켈, 에릭 칸토나, 드와이드 요크 등 재능있는 선수들까지 영입했다.


어느덧 최고의 팀이 완성되면서 맨유는 EPL 출범 후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까지 21년 동안 13차례나 리그를 제패했다.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1998-1999시즌에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동시)’을 달성하는 위업까지 만들어냈다.

영광의 시대를 거쳐 세계적인 구단으로 발돋움한 맨유는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새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후임인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시작으로 루이스 반 할, 조제 무리뉴 등 명장들이 팀에 합류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이끌었던 2017-2018시즌 기록한 2위가 리그에서 거둔 가장 좋은 결과였다.

맨유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지만, 그 역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정식 감독을 맡은 후 새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솔샤르 감독은 리그 8경기를 치르는 동안 2승 3무 3패에 그치고 있다. 맨유가 개막 후 리그 8경기에서 승점 9점 이하에 그친 건 1989-1990시즌(8점)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수비진 보강을 위해 무려 1억3000만파운드(약 1910억원)을 투자한 결과가 이렇다. 수비에서는 지난 시즌에 비해 안정세를 찾았으나 로멜루 루카쿠와 알렉시스 산체스를 내보낸 후 별다른 보강이 없었던 공격진은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맨유가 8경기 동안 넣은 골은 9골에 불과하다.

여러 악재 속에서 솔샤르 감독의 경질에 대한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정식으로 감독에 임명된 지 약 7개월이지만 팬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결과가 좋지 못하다. A매치 기간에 접어들면서 한 숨 고르게 된 맨유지만, 다음 상대가 리그에서 전승을 달리고 있는 리버풀인 만큼 연패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패배가 이어진다면 솔샤르 감독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9라운드 경기는 맨유의 안방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다.

'정규직'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정규직'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비정규직때는 '최고', 정규직 전환 이후엔 ‘참담’

지난해 12월 무리뉴 감독에 이어 임시 감독으로 부임한 솔샤르 체제의 맨유는 실로 놀라웠다. 무리뉴 감독이 경질된 17라운드 기준으로 4위 첼시와 6위 맨유의 승점차는 무려 13점에 달했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맨유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줬다. 아스날에게 패하기 전까지 리그 12경기에서 10승 2무를 거뒀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파리 생제르망(PSG)를 상대로 ‘파리의 기적’을 연출하면서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9라운드에는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경쟁팀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면서 불가능해보였던 ‘TOP4’ 진입은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FA컵 8강에서는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일격을 맞으며 탈락했으나 ‘동안의 암살자’와 함께한 맨유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솔샤르 감독이 정식으로 선임된 이후 결과는 180도 달라졌다. 먼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FC 바르셀로나를 맞아 무기력한 경기 끝에 8강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전을 시작으로 8경기 동안 2승 2무 4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경쟁팀들이 유럽대항전 결승까지 오르면서 리그에서는 크게 부진했으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이어간 맨유는 결국 리그 6위로 마감했다. 특히 에버튼과의 35라운드에서 당한 0-4 참패는 충격적이었다.

부진의 여파는 새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프리시즌을 소화하면서 새 시즌을 맞이한 맨유는 해리 매과이어와 아론 완-비사카가 합류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첼시에 4-0 대승을 거둔 이후 이렇다 할 승리가 없다. 가장 최근에는 7라운드 이후를 기준으로 리그 19위였던 뉴캐슬에 패하기도 했다. ‘TOP4’ 진입은커녕 유로파리그 출전권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밑빠진 독' 같은 맨유의 스쿼드, 감독 경질만이 답일까

2016년 여름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인 8900만파운드(약 1306억원)의 이적료로 맨유로 돌아온 폴 포그바는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선수다.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여러 기행과 잦은 이적설로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드림 클럽’ 발언 이후 레알 마드리드와 꾸준히 연결되면서 팀 분위기를 헤쳤다.

그러나 맨유는 포그바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공격적인 재능은 맨유 선수 중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에서만 13골 9도움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포그바는 맨유 입단 이후 모든 대회에서 135경기에 출전해 31골 29도움을 올렸는데, 해당 기간 맨유 선수 중 가장 뛰어난 기록이었다. 지난 시즌 EPL에서 5번째로 많은 찬스(55회)를 만들어낸 선수도 포그바였다.

이처럼 맨유의 공격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포그바지만 아르투르 비달, 은골로 캉테처럼 그를 뒷받침해줄 선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솔샤르 감독이 임시로 부임한 후 상승세를 보여준 데에는 포그바와 네마냐 마티치, 그리고 안데르 에레라의 중원 조합이 주요했다.

왼쪽 메짤라(중앙과 측면을 유기적으로 커버하는 포지션)로 나선 포그바는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솔샤르 감독 부임 후 약 석 달 동안 9골 7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살림꾼 역할을 해낸 에레라가 부상과 재계약 문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후 포그바의 활약상도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에레라와 마루앙 펠라이니와 결별했으며 핵심 자원인 포그바는 붙잡기로 결정한 만큼, 그를 보좌할 중원 자원의  보강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맨유는 수비수 두 명을 비롯해 측면 자원인 다니엘 제임스를 영입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아스날전에서 부상을 안고 뛴 포그바는 당분간 출전이 어려운 상태다. 여름 이적시장을 두고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공격 부분에서는 영입 공백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루카쿠를 인테르로 떠나 보낸 맨유는 앤서니 마샬, 마커스 래시포드 단 두 명의 전문 공격수로 시즌에 임했다. 그러나 마샬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17세에 불과한 그린우드를 기용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그린우드까지 결장하면서 공격진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결과로 개막전 이후 리그 7경기에서 5골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돈을 아낀 것도 아니다. 5년간 무려 7억8000만유로(약 1조226억원)를 사용했음에도 나온 상황이다. 방대한 이적료를 쏟아 부었으나 산체스, 프레드, 헨릭 미키타리안 등 실망스러운 시기를 보낸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메워도 다른 부분에서 구멍이 발생하는 듯한 맨유의 스쿼드다.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가운데)과 글레이저 가문도 현 맨유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진=로이터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가운데)과 글레이저 가문도 현 맨유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진=로이터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팀 전반을 운영하고 있는 우드워드 부회장과 그를 내세우고 있는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약 6년 동안 4명의 감독이 세워졌으며 엄청난 수준의 이적료까지 사용됐으나 부진이 이어진다면, 주요 원인은 구단의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수뇌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 대비 처참한 결과가 이어지면서 타 구단들처럼 최적의 선수를 선별할 줄 아는 전문 풋볼 디렉터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맨유의 영입에 관여했던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 역시 풋볼 디렉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진 않다.

뛰어난 영업 수완으로 매출액은 시즌이 지날수록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성적은 점점 우승권과 멀어지고 있다. 팬들은 수익보다 ‘축구팀’인 맨유의 우승 트로피를 간절히 원한다. 참다못한 맨유 팬들은 오는 리버풀전이 열리기 직전 글레이저 가문 퇴출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잉글랜드 최고의 라이벌전인 ‘노스웨스트 더비’에 더욱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