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자동청구 도입이 답보상태다. 일부 보험사들이 병원과 제휴해 자동청구를 진행 중이지만 업계 전체로 확대되지 못했다. 관련 법안도 발의돼 분위기는 형성됐지만 여전히 의료계 반발은 거세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그렇게 표류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자동청구가 시급하다. 미청구되던 소액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게 돼 손해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보험사들은 오히려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출 수 있어 자동청구가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의 경우 과잉진료에 노출돼 매년 손해율이 증가세다. 보험사는 병원과 환자의 보험사기행각을 실손보험 자동청구화로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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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는 의료계… 왜?

실손보험 자동청구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그 내역이 의료기관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따로 의료기관에서 서류를 떼지 않아도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통해 관련 서류를 받는다. 이후 보험금은 자동으로 청구된다.
이렇게 편리한 자동청구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가입자가 받은 치료내역을 병원이 보험사로 넘기는 과정은 현행 의료법상 분쟁의 여지가 있다. 법적해석에 따라 의료기관, 혹은 보험사가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관련법안까지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실손보험 자동청구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 실태 및 대책’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치료를 받고도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90.6%가 ‘금액이 소액이어서’, 5.4%는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실손 가입자들이 소액인 점과 보험금에 비해 절차가 번거로워 청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실손보험 자동청구 시 나가지 않아도 될 보험금이 청구되는 것이지만 보험사들은 소액이라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소액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더라도 병원들의 비급여 과잉 진료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매년 치솟아 현재 120~130%를 기록 중이다. 100원짜리 보험을 팔면 20~30원을 손해보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병원과 환자의 단합이 크다고 본다. 병원이 수익을 위해 고객에게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굳이 필요없는 진료까지 권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많은 병원에서 고가의 비급여치료를 실손보험 처리하라고 권하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라며 “과잉진료만 막아도 실손보험 손해율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보험사들이 축적된 진료정보를 토대로 불합리한 보험상품을 만드는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개인의료정보에 접근할 법적 근거를 갖게 되면 이를 근거로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비와 질병내역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이런 축적된 정보가 악용될 경우 환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들고 보험사만 이익을 챙길 것”이라며 “병원이 보험사로 의료정보를 전송할 때 생기는 행정적 부담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손' 자동청구, 보험회사가 더 원하는 이유

◆자동청구 효과 본 보험사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계가 실손 자동청구 시 값비싼 비급여 진료비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점을 불편해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관련 증명서류를 보험사로 보내주는 안이 논의돼 왔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진료 정보를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과 그렇지 않은 비급여항목까지 모두 전송된다는 것에 의료계가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시 병원은 치료한 진료비를 서류에 기입해야 한다. 이때 비급여진료비가 노출되니 병원 입장에서는 과잉진료를 했다는 근거를 남기게 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결국 진료수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서 의료계는 실손보험 자동청구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실손보험 자동청구 반대가 서류 수수료 때문이라고 말한다. 환자들은 진료 후 보험금 청구를 위해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때 질병코드가 표시되는 서류를 떼기 위해서는 1만~2만원의 발급비용이 든다. 실손보험 자동청구 시 의료계는 이 서류 수수료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특정 병원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실손보험 자동청구를 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교보생명은 자사 직원과 우정사업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현재 7개 병원에서 전산망을 통한 실손 청구 간소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생명도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간편 청구를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며 KB손해보험도 중앙대병원, 강북삼성병원, 순천향대학천안병원과 제휴해 적용 중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 6월, 핀테크업체 지앤넷과 손잡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준비 중이다. 

이미 실손보험 자동청구를 시행한 보험사들은 업무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실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더 많은 병원과 제휴를 계획 중이지만 이를 거부하는 병원도 많다"며 "고객 편의를 위해 의료계가 대승적인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5호(2019년 10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