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이 온다
파이어족이 온다

‘잔고가 있으면 가는 거지.’
이 책의 저자 스콧 리킨스와 테일러 리킨스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해변을 볼 수 있는 샌디에이고의 멋진 집에서 생활하며 주말에는 보트를 즐기고 남태평양으로 휴가를 떠나는 근사한 삶을 살고 있었다. 새로 레스토랑이 생기면 꼭 가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저축이라고는 퇴직연금뿐이었지만 빚이 없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의 삶은 딸 ‘조비’가 태어나면서 180도 달라진다. 아내 테일러는 딸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남편인 스콧은 책임감으로 괴로워하며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아내가 일을 그만두어도 될 만큼의 소득을 보장할 ‘100만 달러짜리 아이디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차 안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접한 ‘파이어족’ 이야기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스콧 리킨스는 운이 좋아야 얻을 수 있는 대박의 기회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계획해서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 경제적 자유에 이를 수 있는 파이어족이야말로 자신의 길이라고 확신한다. 지금처럼 생활한다면 경제적 자유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3년이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딸 조비에게는 34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함께 보낼 시간이 필요하다. 지출을 지금의 반으로 줄인다면 11년으로 줄일 수 있다.

이 책은 스콧 리킨스 가족의 파이어족을 향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아내 테일러를 설득하는 과정, 경제적 자유를 향한 목표를 세우고 수입과 지출을 분석하고 과감히 지출을 줄이는 과정, 살기 좋은 샌디에이고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과정,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납득시키는 과정, 이 여정에서 느끼는 새롭게 선택한 삶의 가치와 보람 그리고 때때로 드는 회의감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파이어족은 2008년 이후 저성장 시대를 맞아 상시화된 구조조정과 강화된 노동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다. 부자가 목표가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이고, 경제적 자유는 이를 위한 조건이다. 독하게 절약하고 저축해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이들의 방법이다.


‘소확행, 욜로, 탕진잼’이 우리 사회의 밀레니얼 세대가 선택한 삶이라면 파이어는 그 반대의 측면에서 세계의 젊은이들이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스콧 리킨스는 대다수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달콤한 소비는 나의 노동을 대가로 요구한다.

파이어족이 온다 / 스콧 리킨스 저 / 지식노마드 / 1만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