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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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12종. 우콘파워 행사취소로 인해 쇼카드 제거 요청 드립니다. (10월18일부터 미적용)” 지난 10월17일 밤10시. 편의점 GS25 점포에 긴급공지사항이 내려왔다. 애국마케팅 일환으로 일본맥주 불매운동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온 GS25가 일본맥주 회사 아사히그룹 제품에 대한 할인행사를 슬쩍 재개했다 논란이 일자 행사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행사에는 일본 불매 맥주로 지목된 ‘필스너우르켈’, ‘코젤’, ‘그롤쉬’, ‘페로니’ 외에도 일본 숙취해소제 1위 제품인 우콘파워 드링크가 포함됐다. GS25는 직원 실수로 행사품목이 잘못 입력돼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주장이다.
# 돌연 취소된 행사에 점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일본맥주 불매운동으로 창고에 쌓여있던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행사가 재개된다는 공지를 받고 일본맥주 제품을 추가 발주한 점주들도 있다. 해당 점주들은 기존 재고는 물론 추가 발주한 맥주 재고까지 모두 떠안아야하는 상황. 한 편의점주는 “애국마케팅 생색은 본사가 내고 재고부담과 손해는 왜 점주들의 몫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는 비단 GS25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븐일레븐, CU 등 다른 편의점주들도 일본맥주 재고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업계가 ‘일본맥주’ 재고 처리 문제로 시끄럽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환으로 주요 편의점 본사가 일본맥주에 대한 ‘4캔 1만원’ 행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편의점주들은 일본맥주를 팔지도 못하고 본사에 반품도 하지 못한 채 재고를 그대로 떠안았다. 본사가 쌓인 재고처리 문제를 ‘점주 몫’으로 돌리면서 사태는 더 악화되는 모양새. 일부 편의점주들은 자체 땡처리에 나서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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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 발송… 본사는 나몰라라
업계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본사는 지난 8월부터 수입맥주 ‘4캔 1만’ 프로모션에 아사히, 삿뽀로, 산토리, 에비스 외 필스너, 코젤 등 일본기업 관련된 맥주 일체를 제외시켰다. 일부 편의점은 안 팔리는 맥주를 냉장고 매대에서 치웠고 점포마다 평균 10만~30만원어치가 쌓여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맥주 수요가 높은 해변가 등 관광지의 경우에는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사전에 주문한 일본맥주 수백만원 어치가 재고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점주들은 반품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발주해 납품받은 상품은 반품할 수 없다. 문제는 유통기한이다. 통상 맥주 유통기한(품질유지기한)은 1년 미만. 불매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기한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게다가 비수기인 겨울을 앞두고 맥주 판매 자체가 저조한 상황이라 일부 편의점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세븐일레븐 본사에 ‘일본맥주 재고관련 본사 대책안 촉구’안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협회는 내용증명에서 “다수의 점주가 일본맥주 재고부담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일본맥주 재고에 대한 본사 대책안 통보를 촉구했다. 하지만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황. 점주들의 불만은 폭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주는 “경영주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본사 단독적인 결정으로 일본산 맥주 미행사 통보를 받았다”며 “지금까지 맥주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물량을 발주해 입고된 상황에서 재고를 그대로 떠안았는데 본사는 원가 할인이나 폐기 지원 등 어떠한 대책도 마련해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본사에 반품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법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그대로 쌓여있는 상황인데 본사가 일본산 맥주 발주시 지원된 발주 장려금(배분금액)이라도 토해내야 된다”며 “있는 생색은 본사가 다 내고 골탕은 점주들이 먹고 발주 장려금은 꿀꺽하고 재고는 밀어내고 답답한 일들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점포는 자체 행사를 벌이는 등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 한 지역 점주는 “지역 영업담당자(FC)와 협의해 자체적으로 일본 맥주 할인 매대를 만들고 판매를 재개했다”며 “행사를 안 하면 안 팔리고 그렇다고 재고를 본사에서 떠안을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라도 재고를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포별 10~20만원이 평균적으로 남아있고 해변가 점포들은 꽤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가맹점주가 발주하는 순간 반품 자체는 안 되지만 가맹점주의 불만사항을 본사에서도 파악하고 있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타맥주 바코드 찍고 할인… 재고 소진 성공담

다른 편의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 맥주 앞 쇼카드에 수기로 가격을 써놓고 가격할인에 나서는가 하면 타 맥주 바코드를 찍고 재고를 소진했다는 성공담도 공유되고 있다.

한 편의점주는 “급하게 생각 말고 진열장 한쪽에 4캔 만원표를 만들어 붙이면 예전 같진 않아도 하루에 몇캔씩은 나간다”며 “일본 맥주 300개를 겨우 팔고도 아직도 200여개가 남아있는데 손님이 일본맥주를 가져오면 재고 없는 타제품 바코드를 찍어서 4캔 1만원에 소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불매운동 재고 소진 중입니다. 재고 소진되면 재발주는 안합니다”는 등의 안내문을 내걸고 재고 소진에 나선 곳도 있다는 후문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발주가 끝나면 상품 소유는 점주들 몫이기 때문에 판매하는 방식에 대해 불법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재고가 틀어질 수 있는데 점주들이 그것까지 감당하겠다고 한다면 본사가 제재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 역시 일본맥주 발주가 끊기면서 센터에 남아있는 일본 맥주에 대한 재고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를 얘기할 순 없지만 본사도 충분히 점주들 이상의 일본맥주 재고부담을 안고 가고 있다”면서 “본사에 남아있는 재고들은 자연소비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