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대웅제약 |
특허 건수 절반이 내수 중심… 글로벌 경쟁력은?
한국의 신성장동력인 ‘헬스케어’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맞춤형 헬스케어산업 관련 특허가 세계 주요 국가 대비 4~5년 이상 뒤쳐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 삶의질 개선 등으로 헬스케어산업의 성장가능성이 가시화되며 글로벌은 특허 확보에 매진하고 있으나 한국은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허는 필수다. 특허는 우리 기업을 지키는 ‘창이자 방패’인 셈.” “해외 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특허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는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특허전쟁 전방에 있는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 헬스케어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술력을 입증하고 특허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내 특허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맞춤형 신약개발, 선진국과 5.8년 격차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헬스케어기술 수준은 미국 등 기술선진국 대비 약 4.5년 뒤쳐졌다. ▲맞춤형 신약개발 5.8년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질환 원인 규명 기술 4.8년 ▲약물 전달 최적화기술 4.8년 ▲진단‧치료 서비스 의료용 로봇기술 4년 ▲의료용 수술로봇 학습‧딥러닝 3년씩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영국‧중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맞춤형 헬스케어’를 미래 전략분야로 인식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과 관련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국 정부도 2017년 국가혁신 성장동력 중의 하나로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시하고 2022년까지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시스템과 융합 의료기기 개발을 목표로 규제 개선,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술 경쟁력이 주요 국가에 비해 낮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한국, 미국 특허출원 건수 7% 수준
업계의 우려는 해외 주요국 중 한국 특허출원 건수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IP5 특허청에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접수된 맞춤형 헬스케어 특허출원은 미국 2만2741건, 유럽 6949건, 중국 4346건, 일본 3741건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1588건으로 주요 국가 대비 점유율이 가장 낮았다.
세부 항목별로는 의학자료 취급‧처리, 의료영상 취급‧처리 등과 같은 기술 부문에서 한국 출원인의 특허활동이 비교적 활발했지만 의료장비 관리‧운영, 의료보고서 생성‧전송, AI기술이 접목된 의료용 앱 같은 기술 부문에서는 특허활동이 미흡했다.
업계는 환자 개인정보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법적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한국이 맞춤형 헬스케어 강국이 되려면 정밀의료 기반구축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적 기준이 완화되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글로벌 특허 획득이 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의 싸움인 만큼 이를 지원할 정책과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16→5개월로 심사기간 줄여
한국 기업들이 해외보다 내수 중심으로 특허를 진행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IP5 특허청에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접수된 맞춤형 헬스케어 관련 특허출현 현황에 따르면 한국이 내수 시장에 특허를 출원한 건수는 815건으로 전체 1588건 중 절반(51.3%)을 넘는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각각 32.0% 35.1%인 것을 비교해봤을 때 글로벌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효정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 연구의원은 “지금까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내수 중심의 특허 출원으로 진행됐으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혁신 기술만 있다면 맞춤형 헬스케어산업은 우선심사대상으로 검토되므로 특허 신청에서 출원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맞춤형 헬스케어’ 특허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특허청은 지난 10월 제약바이오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글로벌 특허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허 확보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품질 심사기반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케미컬의약품의 경우 특허심사2국 산하의 약품화학심사과에서,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특허심사3국의 바이오심사과에서 각각 담당했었으나 이제는 화학생명기술심사국에서 종합 담당한다”며 “우선심사 대상으로 포함될 경우 기존에 비해 10개월여 심사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평균 16.4개월이 걸렸지만, 이를 5.7개월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