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주요 변곡점이 될 연말을 앞두고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기싸움에 나섰다.
시작은 미국이 끊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런던에서 북한을 향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라는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했다.

하이노 클링크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도 지난 4일 "미국은 군사 옵션을 철회한 적이 없다"며 "북한이 어리석은 짓을 한다면 강한 응징이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북한은 지난 4~5일 이틀에 걸쳐 심야 담화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하고 나섰다.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4일 담화에서 "무력 사용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다"며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시 우리도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선희 외무부 제1부상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자제할 수 없다"며 "늙다리의 망령"이라고 비난했다.

양측에서 사용한 일부 표현들은 과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극한에 치달았던 2017년을 연상케 한다.


당시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연달아 진행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붙여 조롱하고는 했다. 최선희 제1부상이 언급한 '늙다리' 표현도 2017년 9월 김 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서 쓰인 바 있다.

북미는 군사적으로도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서해 접경수역 해안포 사격,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도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기 활동을 강화하며 경계 강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양측 모두 정상 간 신뢰관계는 무너뜨리지 않고 있어 대화의 가능성은 닫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북미 간 긴장 수위 고조는 협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사용' '로켓맨' 발언을 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 "나는 김 위원장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북한도 최 제1부상의 담화에서 "공화국의 최고 존엄에 대해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우리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가 이달 중순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가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에 나서거나 메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협상 재개를 위한 막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