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5월, 서울 우면동에 위치한 금성사 중앙연구소 준공식에 참석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왼쪽) / 사진=LG |
구 명예회장은 늘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세계 최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배우고 거기에 우리의 지식과 지혜를 결합해 철저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 회장에 재임한 25년 간 ‘연구개발의 해’, ‘기술선진’, ‘연구개발 체제 강화’, ‘선진 수준 기술개발’ 등 표현은 달라도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기술’을 경영 지표로 내세웠다.
1976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금성사에 전사적 차원의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개발용 컴퓨터, 만능 시험기, 금속 현미경, 고주파 용해로 등 첨단 장비를 설치하고 국내외 우수 연구진을 초빙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제품개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산업 디자인 분야의 육성을 위해 1974년 금성사에 디자인 연구실을 발족하고 일본 등 디자인 선진국에 연수를 지원하는 등 전문가 육성에 힘썼다.
1979년에는 대덕연구단지 내 민간연구소 1호인 럭키중앙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여기서는 고분자·정밀화학 분야를 집중 연구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ABS수지 등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플라스틱 가공산업의 기술고도화를 이끌었다.
1985년에는 금성정밀, 금성전기, 금성통신 등 7개사가 입주한 안양연구단지를 조성하는 등 회장 재임기간 동안 70여 개의 연구소를 설립했다. 같은 해 한국 최초의 제품시험연구소를 개설하고 이곳에 가혹 환경 시험실, 한냉·온난 시험실, 실용 테스트실 등 국제적 수준의 16개 시험실을 갖춰 금성사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기술 연구개발의 결과로 금성사는 19인치 컬러TV, 공냉식 중앙집중 에어컨, 전자식 VCR, 프로젝션 TV, CD플레이어, 슬림형 냉장고 등 영상미디어와 생활가전 분야에서 수많은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국내 최고의 가전 회사로서 입지를 굳혀 나갔다.
구 명예회장의 이 같은 연구개발에 대한 신념 뒤에는 우리 기술로 우리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산업과 기업의 수준을 한층 선진화해야겠다는 비장한 사명감이 담겨 있었다.
구 명예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산기업을 시작하면서 항상 마음에 품어온 생각은 우리 국민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제품 국산화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선도할 것이고,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 활동의 질적인 선진화를 추구해 나갈 것”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은 기술 연구개발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우수 인재 유치와 육성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였다. “연구소만은 잘 지어라. 그래야 우수한 과학자가 오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은퇴를 석 달여 앞둔 1994년 11월, 구 명예회장은 나흘에 걸쳐 전국 각지에 위치한 LG그룹 소속의 연구소 19개소를 일일이 찾아 둘러 봤고 훗날 그때 심정을 “마음이 흐뭇함으로 가득 찼다”고 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