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
이날 비건 대표는 외교부에서 한미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뒤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비핵화협상에서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며 "외교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또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을 의식한 듯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 우리와 북측은 더 나은 길(a better path)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혼자 해낼 수는 없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자체 설정한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무력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같은 미국의 대북 메시지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일 담화에서 "시간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이에 앞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 역시 "미국은 조선반도문제에서 그 무슨 진전이 있는 듯한 냄새만 피우며 저들에게 유리한 시간벌이만을 추구하고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건 대표의 대북 메시지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데드라인 문제는 북한(협상팀)이 받을 수 없는 성격이다. 최고 지도자가 연말까지라고 했다"며 "오늘밤에 북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보다 강도 높은 성명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조세영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접견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일 시정연설을 통해 올해 말까지로 대화 시한을 정하고 '빅딜'을 주장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올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연말 시한이 다가오자 무력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을 압박해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쪽에서 뉴욕 채널을 통해 셈법을 바꿀 수 있고 그다음에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메시지가 있으니까 일단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김명길이든 최선희든 내려온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최근 두 차례 '중대 시험' 발표를 언급하며 "(그런데) 북한이 지금 너무 세게 행동했다"면서 "대미 협박, 굴복해서 내놓는 것처럼 되니까 미국으로서도 참 셈법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한편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ASEM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스페인으로 떠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대신해 조세영 차관을 예방하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시간가량 협의를 가졌다.
이후 청와대로 이동, 문재인 대통령을 35분간 예방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했다. 또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비공개 오찬 간담회를 갖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비건 대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전날 오후 입국한 비건 대표는 오는 17일 오후 일본 도쿄로 출국해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을 만나 북핵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