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야심차게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기대와 달리 성적이 초라하다. 출범 1년이 지난 현재도 전체 결제시장 점유율에서 미미한 영역을 차지한다. 상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더하겠다던 처음 의도와는 달리 경제성과 편의성 모두에서 평이 좋지 않다. 최근에는 소득공제율까지 축소됐다. 한국판 알리페이를 꿈꿨던 제로페이는 최근 서비스 출범을 강하게 추진했던 서울시청 공무원들조차도 이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제로페의의 현 주소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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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제로페이 성장통 1년 - 중] 앱 평점 1.9 불과… 그래도 희망
“도대체 장점이 뭐죠?”
“메리트 없다.”
12월11일 ‘제로페이’ 소비자용 앱에 올라온 리뷰 내용이다. 혹평일색이다. 제로페이 소비자용 앱 제작 시 일부 결함으로 접속이 불가능했던 탓이다. 앱 평점은 1.9점에 그쳤다. 결제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던 서울시의 야심찬 각오와 다르게 제로페이는 앱 운영에서부터 낙제점을 받은 모양새다.
출범 1주년을 맞은 제로페이 서비스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결제 플랫폼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굳이 제로페이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도 “사용자가 없다.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소득공제율도 축소돼 일반 카드결제와 차이가 없어졌다. 출범 1년, 제로페이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점유율 0.01%, 제로페이의 현주소
제로페이란 소상공인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서울시, 지자체, 금융회사 및 민간 간편결제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QR코드방식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다. 기존 현금결제나 계좌이체 방식과 형식은 비슷하지만 현금을 가지고 다니거나 일일이 계좌이체하는 번거로움 없이 QR코드만 찍으면 결제할 수 있다. 서비스 방식은 중국에서 대중화된 알리페이와 유사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야심차게 도입한 이유는 명확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소득공제 40%와 민간결제사별 할인·적립 혜택을,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0%대의 수수료(연 매출 8억원 이하 0%, 8억~12억원 이하 0.3%, 12억원 초과 0.5%)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최근 김선동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가 출시된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해 8월16일까지 결제된 금액은 총 149억원이다. 월평균 19억원이 안 되는 금액이다. 신용·체크·선불·직불카드 등 다른 전자금융결제 수단을 포함한 전체 결제시장(119조112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1%에 그쳤다. 시장점유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맹점수도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제로페이 운영을 총괄하는 민간재단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측에 따르면 12월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30여만개로 집계됐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전국 가맹점수는 300만개에 달한다. 제로페이는 10분의1 수준이다. 결제페이 사업 확대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가맹점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노력에 비해 결과가 실망스럽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로페이 가맹점수를 “2020년 상반기에는 50만개, 2020년 연말까지는 100만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카드의 3분의1 수준까지 가맹점수를 따라잡아 제로페이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맹점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상인들이 제로페이 활용에 부정적이다. 광화문의 한 편의점 점주는 “0% 수수료를 적용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오늘 하루 동안 제로페이를 쓴 고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출시 당시 서울시청 공무원들만 쓰는 그들만의 복지카드라는 비난 여론이 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정작 공무원조차 제로페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시청 주변 상인들은 말한다.
서울시청 인근의 한 음식점주는 “점심 때 대부분 각자 먹은 만큼 N분의1로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편”이라며 “바쁜 업무시간에 제로페이 결제하겠다고 휴대폰을 들이밀면 우리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 그래픽=머니S 김민준 기자 |
◆메리트 안 보이는 제로페이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이 축소된 점도 타격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내년부터 제로페이 연말 소득공제율을 당초 추진했던 40%에서 3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다른 카드와의 형평성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소득공제율은 신용카드가 15%,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이 30%다. 제로페이는 이보다 높은 40% 공제율로 이점을 노렸지만 결국 체크카드와 다를 게 없는 혜택으로 ‘그저 그런 페이서비스’가 될 처지가 됐다. 심지어 30% 소득공제도 총 사용액이 급여의 25%를 넘겨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는다.
결국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12월5일 유감을 표명하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40% 세율확대안의 재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내년 50만개 가맹점 확대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소비자들도 제로페이를 써야할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소득공제율 축소를 떠나 기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서비스보다 나은 점이 없어 보여서다. 현재 제로페이는 공공기관 할인, 따릉이 이용 시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포인트 적립, 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간편결제서비스를 두고 굳이 제로페이를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소비자들이 외상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하다는 점도 제로페이 성장에 부정적인 요소다.
이경선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로페이는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용할 만한 특장점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로페이는 이대로 ‘관치금융의 실패작’이란 오명을 쓰고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될까. 윤완수 이사장은 “제로페이는 단순 페이기능 차원을 넘어 모바일 간편결제 인프라를 조성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더 큰 사업”이라며 “제로페이가 불편하다는 건 팩트지만 불편함은 1~2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일~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