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내수용 프리미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출범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제네시스는 적어도 국산차 중 가장 럭셔리한 브랜드임에 분명하다. 사실 비교대상이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기아자동차의 K9 정도가 있겠다. 국내 완성차3사(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의 포트폴리오에서 럭셔리 모델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제네시스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은 어떨까. 최근 인터넷 설문조사업체 패널나우에 의뢰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는 프리미엄인가’라는 주제로 4438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설문조사 결과, ‘국산차 중에서 최고지만 벤츠까지는 아니다’라는 의견이 전체 43.6%(1936명)으로 가장 많았다. ‘벤츠 등과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이다’라는 의견은 23.8%(1055명)로 뒤를 이었다. ‘벤츠 및 BMW보다는 아래지만 일본차보다 고급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15.4%(684명), ‘아직 프리미엄 이미지는 아니다’라는 응답은 10.8%(480명)으로 집계됐다.
아직은 내수용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출범 후 4년간 판매량만 봐도 70% 이상이 국내실적이다.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첫 데뷔 후 그해 국내에서 384대가 팔렸다. 이후 국내에서 2016년 4만5699대, 2017년 5만6316대, 2018년 6만1345대, 2019년 1~11월 5만8096대 등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지금껏 국내에서만 21만5840대가 팔렸다.
브랜드 출범 후 2019년 11월까지 제네시스의 누적 판매량은 30만2573대다. 국내에 비해 해외 판매량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2016년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린 제네시스는 그해 2만1101대가 팔렸다.
2017년 2만2273대, 2018년 2만4044대, 2019년 1~11월 1만9315대 등으로 총 8만6733대가 팔렸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해외 판매량을 조금씩 늘렸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두려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차별화된 요소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아무리 프리미엄, 럭셔리라고 해도 해외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네트워크 확충과 마케팅 등이 기본이 돼야 하고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요소들도 갖춰야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제네시스 라인업. /사진=현대차그룹 |
2019년은 제네시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 막내인 G70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인 모터트렌드는 2019년 1월호에 G70을 게재하고 ‘올해의 차’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모터트렌드는 ‘스타가 태어났다’는 제목 아래 “한국의 신생 럭셔리 브랜드가 중앙 무대로 강력히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BMW 등 글로벌 우수 브랜드를 꺾고 얻은 결과라 의미가 크다.
제네시스는 이후에도 G70이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의 2019 신차품질조사에서 2년 연속 종합 1위, 3년 연속 프리미엄 브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일 호평이 쏟아지면서 해외 판매증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판매량을 보면 신통치 않다. 2019년 11월 말 기준 제네시스의 해외 판매량은 1만9315대로 전년동기대비 6% 이상 감소했다. 주력모델이었던 G80은 모델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7년 해외에서 1만7000대가 팔린 G80은 2019년 1~11월 기준 판매량이 6800여대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G70은 1만463대가 팔렸다. 2019년 G70은 각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2018년 판매량인 1만3799대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 한달 실적이 추가된다고 해도 고무적인 실적은 아니다.
|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사진=현대차그룹 |
여기에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장의 선임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차는 미주권역지원담당 이용우 부사장을 제네시스사업부장에 앉히며 해외영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용우 신임 사업부장은 해외판매사업부장, 브라질법인장, 북미권역본부장, 미주권역지원담당을 역임하는 등 해외영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부장의 신규 선임과 라인업 확충 등으로 2020년 제네시스가 한번 더 도약에 나서려는 모습”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등으로 채널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2020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5호(2019년 12월31일~2020년 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