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조수용·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사진=카카오 |
올 들어 유명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악성댓글에 대한 위험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국회에서도 ‘손가락 살인’을 막자는 취지의 ‘악플방지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관련법 제정에 나섰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여론도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뉴스 및 검색서비스 개편’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댓글부터 실검 폐지까지
지난해 10월 카카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서비스 개편 방향을 알렸다.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가 세상을 떠난지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취재진과 만난 조수용·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무거운 분위기로 자리에 임했다. 포털의 순기능을 목적으로 도입한 댓글과 실시간 이슈 검색어가 부메랑이 돼 날아온 듯한 느낌을 전했다.
여민수 공동대표는 “취임후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 뉴스 댓글 운영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며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서비스 개편안을 발표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카카오는 악플에 대한 부작용 방지 및 사회적 순기능을 마련하기 위해 댓글과 검색어 등 일부요소를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하고 단계적 실행방안을 공개했다.
계획안 발표와 동시에 카카오톡 샵(#)탭에 실시간 이슈 검색어 노출을 중단한 카카오는 같은 달 31일 연예뉴스의 댓글을 잠정 폐지하는 고강도 개편에 착수했다. 공론의 장을 위해 포털 ‘다음’시절부터 제공한 연예뉴스에 댓글을 원천봉쇄했다.
지난해 12월23일에는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하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할 때 자동완성 형태로 추천해주는 서제스트 기능도 전면 개편했다. 서제스트에는 대상 인물의 공식 프로필이나 정보성 키워드만 노출되도록 개선해 사생활 노출의 폐해를 줄이는데 주력했다.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는 서제스트가 인물과 결합되면서 개인 인격 및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많은 이용자가 검색한 단어라 해도 이미 해소된 의혹이나 사실이 아닌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오는 2월 중 실시할 ‘실시간 이슈 검색어서비스 폐지’는 카카오 포털사업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5년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도입한지 15년 만에 관련 서비스를 폐지하게 됐다. 이용자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이용자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어야 하지만 최근에는 결과 반영보다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며 “본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카카오의 철학과 맞지 않기에 이를 종료하고 본연의 취지와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새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진화하는 3세대 카카오
실검 폐지는 카카오의 ‘모험과 도전정신’을 축약한 대표적 사례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 겸 의장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카카오 1.0시대’를 시작으로 임지훈 전 대표의 젊은 리더십이 바탕이 된 2.0세대로 접어들었다. 2018년 1월 들어선 공동대표 체제에서는 카카오의 정체성을 살리는 한편 전문성을 기반으로 AI와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워진 ‘카카오 3.0시대’를 맞았다.
조수용·여민수 대표는 모두 2016년 카카오에 합류해 임지훈 전 대표의 리더십 아래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조 대표의 경우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을 시작으로 마케팅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여 대표는 NHN, 이베이코리아, LG전자를 거치며 쌓아온 IT 노하우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다.
카카오 3.0시대에 접어들면서 카톡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사업이 확대됐다. 이용자가 카톡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토록 서비스를 개편해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멜론과 카카오M을 합병하는 한편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 비즈보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사내독립기업(CIC) 다음웹툰컴퍼니 등의 독자적인 서비스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배가시켰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영역은 합치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문은 과감하게 독자 구조를 구축했다. 공동대표 체제의 효율성을 확대시켜 전문성을 강화했기에 실검 폐지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카카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여 공동대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리스크가 될 수 있지만 이번 결정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의 시작이라 믿는다”며 “이용자의 반응을 면밀히 살펴 개선안을 다듬어 가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5호(2019년 12월31일~2020년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