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외면당한 입국장 면세점
지난해 5월31일 입국장 면세점 개장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해 5월31일 입국장 면세점 개장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입국장 면세점 제도 도입은 문재인 정부 규제 혁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5월3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개장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으로 인해 2800만명이 넘는 해외여행객의 불편이 해소되고 해외 소비가 국내로 전환되며 국제수지가 약 347억원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홍 부총리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혁신’임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입국장 면세점은 과연 혁신이 됐을까. 지난 6개월간 시범운영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입국장 면세점 이용률은 1.5%에 불과했으며 매출액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는 결국 그동안 묶어놨던 규제를 풀기로 했다. 나아가 전국 주요 공항과 항만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에서 벗어난 입국장 면세점은 진정한 혁신이 될 수 있을까.

◆6개월 시범운영 실적 어땠나

입국장 면세점은 지난해 5월31일부터 11월30일까지 시범운영을 마쳤다. 결과는 초라했다. 정부가 발표한 ‘입국장 면세점 평가결과와 내실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점의 1일 평균 매출은 1억5700만원으로 당초 예상액(2억1800만원)보다 28% 적었다. 이용자수는 총 25만2000명으로 전체 입국자의 1.5%에 그쳤다. 이 역시 당초 정부의 예상치인 3.8%에 못 미치는 수치다.

입국장 면세점의 성적표가 저조한 이유는 규모가 작고 판매 품목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중소사업자인 SM면세점이 제1여객터미널 2개소(380㎡)에서, 중견사업자인 엔타스튜디프리가 제2여객터미널 1개소(326㎡)에서 운영 중이다. 출국장 면세점 면적이 1터미널 1만7000㎡, 2터미널 1만㎡에 달하는 것에 비해 협소하다.


접근성도 떨어진다. 항공편 탑승을 위해 반드시 지나게 되는 출국장 면세점과 달리 입국장 면세점은 수하물 찾는 곳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찾기도 어렵고 일부러 들르지 않고는 지나치기 쉽다.

무엇보다 품목 자체가 적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향수·화장품·주류·건강식품·패션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매출 효자 상품인 명품과 담배는 빠졌다. 게다가 중소·중견 면세업체 위주다.

실제로 정부가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국장 면세점 미이용자 350명 중 45.1%가 ‘구입할 상품이 없어서’ 구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시내·출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했다’는 이유가 36.4%로 뒤를 이었다.

◆입국장 면세점 어떻게 바뀌나

시범운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정부는 규제를 풀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3월까지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입국장 면세점에서도 담배를 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입국장이 혼잡해지고 담배를 싸게 사서 나간 뒤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경우를 우려해 입국장 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정부는 시범운영 결과 이용자 수가 많지 않아 우려했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1인당 1보루로 잡혀 있는 면세 한도 내에선 국내시장을 교란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입국장 면세점에서 향수를 구매하기 전 시향하는 것도 허용한다. 시범운영 기간에 향수는 마약·검역 탐지견의 후각 능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드시 밀봉해서 판매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범 운영 결과 향수가 탐지견 후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자체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정부는 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 등 7개 국내 주요 공항의 입국자 현황과 설치 가능 부지 등을 분석해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부산과 인천 등 주요 국제항만에도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추진된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사진=임한별 기자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사진=임한별 기자

◆입국장 면세업계 ‘산 넘어 산’

이 같은 규제 완화책에 면세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SM면세점과 엔타스튜디프리는 담배 판매를 통해 저조한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SM면세점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26억원에 달하는 상황.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엔타스듀티프리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 지난달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입국장 인도장 설치가 가시화된 까닭이다. 입국장에 인도장이 설치되면 인터넷 면세점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공항 출국이 아닌 입국할 때 받을 수 있다. 이용객은 물론 인도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출국장 면세업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입국장 면세업체인 SM과 엔타스는 위기감을 호소한다. 입국장 인도장이 신설될 경우 대형 면세업체와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입국장 면세점 이용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한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등 외국인이 면세품을 들고 입국할 경우 내수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SM면세점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 판매 품목에 제한이 있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봤고 올해부터는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단계”라며 “담배 판매 허용으로 매출 신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이 신설된다면 입국장 면세점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입국장 인도장은 사실상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 중소·중견기업에 기회를 준다는 정부 정책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SM과 엔타스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입국장 인도장 신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전달했다. 입장문에는 최악의 경우 면세 특허 반납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관세법 개정안이 민생법안으로 분류돼 있고 정치적 쟁점이 없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6호(2020년 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