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로 KT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경자년 닻 올리는 구현모號
37대1 뚫었는데… 구 사장 어깨 무거운 이유

KT가 장고 끝에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구현모 커스터머앤미디어부문장 사장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12월27일 KT 이사회는 9명의 후보 가운데 구 사장을 최종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다”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높일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1월부터 본격적인 CEO 업무 인수에 돌입한 뒤 3월말 KT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KT 대표이사 사장에 정식으로 선임된다.


◆“될 사람이 됐다(?)”

구 사장은 회장후보 추천단계부터 줄곧 유력한 차기 CEO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64년생인 구 사장은 30년 넘게 KT에서만 근무한 정통 ‘KT맨’으로 사업구조기획실과 그룹전략실, 코퍼레이트센터를 거치면서 기업단위 전략과 기획업무를 맡았다. 2014년 황창규 회장이 KT를 이끌게 되면서 구 사장은 명실상부 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구 사장은 2009년 그룹전략담당 상무보로 KT와 KTF의 합병을 이끈 인물이다. 2012년 LTE 도입 당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6개월이상 서비스 시작이 지연됐음에도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한달만에 LTE 서비스를 시작하는 저력도 발휘했다. 또 그는 5세대 이동통신(5G) 저변 확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KT는 지난해 4월 5G 도입과정에서 이통3사 중 유일하게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시장의 예상을 깬 파격적인 행보에 당황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뒤늦게 프로모션 형식으로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고 이를 2020년 1월부터 정식 요금제로 채택했다.

구 사장이 이끄는 커스터머앤미디어 부문은 유무선 개인고객 관리와 인터넷TV(IPTV)사업을 담당하는 분야로 KT 내부에서 가장 매출 규모가 크다. 사실상 KT의 영업전체를 총괄하는 요직을 이끄는만큼 구 사장을 향한 임직원들의 신망도 두텁고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으로 따르는 직원도 많다. KT 내부관계자는 “기업 경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직 경영진이 낙점됐다는 점은 환영할만하다”며 “안팎으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업계의 평가도 ‘될 사람이 됐다’는 분위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록 구 사장의 중량감은 8개월간 거론된 외부 추천 후보보다 부족하지만 KT가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며 “통신시장이 급변하는 중이고 기업 안팎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를 안정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현모 KT 커스터머앤미디어 부문장 사장이 차기 KT CEO 후보로 낙점됐다. /사진=뉴시스
구현모 KT 커스터머앤미디어 부문장 사장이 차기 KT CEO 후보로 낙점됐다. /사진=뉴시스

◆기업·개인 해결 과제 산더미

37대1의 경쟁을 뚫고 우여곡절 끝에 최종 후보로 낙점 받았지만 구 사장의 앞길이 순탄치는 않다. 기업의 수장으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발목을 붙잡을 의혹도 넘어서야 한다.
구 사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조직을 개편하는 일이다. KT는 6만명의 직원과 300명 이상의 임원을 보유한 거대조직으로 매년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조직을 개편했다. 하지만 현재 회장 인선과 맞물려 인사가 미뤄지면서 조직의 동력이 약해졌고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지 않으면 내년 사업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1월 중 인사를 통해 비대한 조직의 군살을 뺄 것이라고 전망한다. 임원 폭을 줄이고 경영 효율을 끌어올려 기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창규 회장도 2014년 취임과 동시에 임원수를 30% 줄이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는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절실하다. 유료방송시장에서 KT는 3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SK브로드밴드와 17% 차이로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인수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장은 KT(31.3%), LG유플러스(24.7%), SK브로드밴드(24.0%)의 3파전으로 재구성됐다. 2위와 차이가 급격하게 줄어든만큼 새로운 경쟁콘텐츠의 구성이 시급하다.

또 구 사장 본인에 대한 각종 의혹도 해결해야 한다. 구 사장은 황 회장과 함께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되팔아 1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약 4억원을 국회의원 등 99명의 정치인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KT 이사회는 구 사장에게 임기 중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임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CEO 후보로 선정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하는 황창규 회장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구 사장은 황 회장 취임 후 첫번째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황창규 키즈’로 불렸다. 만약 구 사장이 황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권과의 연관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구 사장이 ‘황창규 색깔 지우기’에 성공한다면 정치권과 전임자의 압력과 외풍 없이 선출된 인물이라는 ‘정통성’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6호(2020년 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