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에 이어 최은희, 이기호 작가도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문학상을 주최하는 문학사상사가 당초 지난 6일로 예정됐던 수상작 발표를 연기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는데요.
주최 측은 수상작들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김금희 작가 등은 이에 반발한 건데요.
이번 문제를 법적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3년간의 저작권 양도 요구,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
2. "사업자"란 계약의 한쪽 당사자로서 상대 당사자에게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자를 말한다.
3. "고객"이란 계약의 한쪽 당사자로서 사업자로부터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받은 자를 말한다.
부수적인 내용을 더 따져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을 토대로 추측해볼 때 이런 계약 내용에는 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약관법에는 다음과 같은 일반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②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2.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3.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소설을 출품한 작가는 창작자이므로 소설에 대한 저작권자가 됩니다. 여기엔 별다른 형식이 없죠. 작가 본인이 창의적으로 창작한 소설이라면 자연적으로 작가에게 저작권이 생깁니다. 그런데 출판사가 수상을 이유로 수상작의 저작권은 일정기간 출판사에 양도할 것을 요구했고 해당 작가가 그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별도의 절차없이 상을 받게 되면 해당 저작권이 출판사로 넘어가는 상황인데요. 사실 이런 상황은 작가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출판사 측은 신간소설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는 것은 물론 수상작을 해당 작가의 작품집 표제작으로 활용하는 것도 막았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김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에 오르면서 이런 조건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며 "단행본에 3년 동안 실을 수 없는 규정도 작가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항이라 생각하고 다른 수상작품집에 실릴 수 없다는 것은 작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만약 수상작가별로 다른 계약 내용을 제안했을 경우에는 민법상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제103조)를 들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약관의 경우에 비해 법리 다툼이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출판사가 저작권을 정당하게 양도받기 위해서는 상금과 별도로 대가를 지불하는 계약을 제안하고 이를 수상작가들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수상과 저작권 양도를 연결짓는 대신 별도 계약을 체결하는 게 법적 분쟁의 소지가 없는 가장 깔끔한 계약이 되는 건데요.
이번 수상 거부에 처음 나섰던 김금희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저에게도 심정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다음해에 선정 전화를 받는 작가는 그의 저작권을 '양도'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문학상 수상을 이유로 출판사와 작가 사이에 저작권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