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임한별 기자

[주말리뷰]
미국이 한국에 그동안 줄곧 요청해온 호르무즈 파병이 미국과 이란의 충돌 국면에서 갈수록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국 정부로선 소위 '혈맹' 관계인 미국의 요청을 쉽게 저버릴 수 없는 한편 오랫 동안 관계를 구축해온 이란의 입장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이처럼 호르무즈 파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우리 국민 보호"… 청해부대 활용 가능성 


우선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안전 보호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청해부대 활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국민 안전과 보호를 명분으로 청해부대가 이동할 경우 미국이 싫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꼭 싫어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파병을 최종 결정할 경우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며 한국 정부의 자체적인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요충지다. 국내 수입 원유의 70%도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미국에 대한 단골 위협수단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고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요청했다. 영국·호주·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파병을 결정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란의 반발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혀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직선거리로 1800㎞ 정도다. 사흘이면 닿는 거리다.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의 파병 요청을 외면하기 어렵지만, 대(對) 이란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선제적으로 파병을 결정할 경우 국내 산업과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머니투데이 DB

◆파병 거부 가능성도, 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정세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들과 양자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 
하지만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미국의 파병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KBS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호르무즈 파병 논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상황 평가와 향후 대응방안, 한미관계의 포괄적·호혜적 발전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최근 중동지역 정세를 포함한 지역·국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파병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고,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한 미국의 상세한 브리핑이 있었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