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굼부리·성읍마을, 다정다감한 제주의 자연과 마을
제주여행의 즐거움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다에서 눈을 돌리면 제주 어디에서나 마주하는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이 있다. 특히 중산간지역(해발 200~600m)에는 개발의 때가 덜 탄 여행지가 많다. 한때 소개(疏開)의 아픔을 겪은 지역으로 4·3 당시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에 자리한 마을은 모두 불태워졌다. 중산간 여행의 매력은 독특한 환경 속에서 보다 느긋한 걸음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데가 산굼부리, 비자림, 성읍마을이다. 모두 한라산 동쪽에 있다.
◆세계 유일의 평지분화구 ‘산굼부리’
산굼부리는 크게 분화구, 억새길, 구상나무길, 꽃굼부리로 구성된다. 걷기 좋은 길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음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산굼부리 정상(전망대)으로 향하는 길은 억새 바다다. 산사면을 가득 채운 하얀 억새는 바람이 일수록 장관이다. 맞은편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눈이 쌓이면 설경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전망대에 서면 세계 유일의 평지분화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둘레 2㎞, 폭 650m, 깊이 140m의 분화구다. 한라산 백록담보다 분화구가 넓고 깊다. 그 깊이는 아찔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다. 전망대 왼쪽에는 1.2㎞의 힐링코스인 구상나무길이 있다. 사슴상을 따라 내려오면 꽃굼부리다. 양지바른 곳엔 산담을 두른 무덤들이 햇별 바라기를 한다. 제주지역의 온화한 날씨 탓에 진달래며 개나리 등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볕 잘 드는 꽃굼부리 지명을 실감케 한다.
◆세상의 때 씻는 천년의 숲 ‘비자림’
비자나무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내어준다. 탄력이 좋고 습기에 강해 고급 가구재나 건축재로 사용됐다. 비자나무의 열매인 비자는 천연구충제로 사람을 살렸다. 그런 까닭에 비자와 목재는 진상품으로 올려졌고 또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관리했다. 뿐인가.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세상 먼지를 씻겨준다.
비자림에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화산토가 깔린 숲길이 있다. 쇄석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귀를 맑게 한다. 숲길 좌우에는 난대림에서나 볼 수 있는 식생대가 형성됐다. 풍란, 차걸이난 등 희귀한 난초식물을 포함해 초본류 140여종, 후박나무와 생달나무 등 목본류 100여종이 비자나무와 어울려 산다.
또 다른 연리목은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벼락맞은 연리목에 비해 덩치가 아주 크다. 가까운 곳에는 천년의 비자림이 있다. 수령 800년 이상된 조상목이다. 밀레니엄을 기해 천년의 나무로 지정됐다. 높이 25m 둘레 6m의 노거수다.
비자림을 품은 곳은 ‘오름의 여왕’인 다랑쉬오름(382m)이다. 정상 조망이 매우 빼어나다. 작은 다랑쉬오름인 아끈다랑쉬를 비롯해 성산일출봉까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가파르게 패인 분화구는 이곳을 찾은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오름을 실필줄처럼 엮어놓은 걷기여행길도 다랑쉬오름의 자랑이다. 4·3의 아픔을 간직한 다랑쉬굴이 가깝다.
◆오름 닮은 지붕, 생활사박물관 ‘성읍마을’
성읍마을은 화산석을 쌓아올린 담이며 오름을 닮은 둥근 지붕이 눈의 긴장을 풀게 한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야말로 생활사박물관이다.
한편 이러한 독특한 제주여행 콘텐츠를 접목한 K-뷰티투어가 베일을 벗는다. K-팝이나 드라마가 방한관광의 스펙트럼을 넓힌 가운데 K-뷰티가 제주여행을 더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을 확장한다는 취지다. K-뷰티투어의 포문은 관광벤처기업인 ㈜수요일과 ㈜사비나(사비나 헤어살롱)가 열었다. K-뷰티에 관심이 많은 외래객을 대상으로 사비나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체험하고 산굼부리 등 제주의 진면목을 만끽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