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편견과 선입견은 절대악
-경자년 시작은 미운오리새끼 증후군 벗어나기부터
◆퀴즈1.

어느 소년이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 심하게 다친 소년은 병원 응급수술실로 이송됐다. 뒤이어 수술실로 들어온 키 큰 외과의사가 이 소년을 보고 놀라 “아니, 내 아들 상호 아냐?”라고 소리쳤다. 이 의사와 소년은 어떤 관계일까?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답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부자지간, 엄마가 이혼 후 재혼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두 명이다.” “부자지간이긴 한데, 엄마가 바람피운 것 아냐?” “…”. 각자의 대답은 그 사람이 지나온 삶의 궤적과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의 정답(출제자가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다.


답은 모자지간(母子之間)이다. “키가 큰 외과의사는 소년의 어머니였다. 왜 우리는 의사에다 키가 크다고 하면 남자로만 생각하느냔 말이야. 그거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 아냐? 언어에 묻어 있는 지독한 편견.”

강만진의 소설 '앵무새의 죽음에 관하여'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짧은 이 일화는 우리가 얼마나 깊게 ‘두 마리 개’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위에서 지적하고 있는 편견(偏見)과 으레 그럴 것이라고 하는 선입견(先入見)이 그것이다.
선입견의 대표적인 예로는 주민등록번호를 들 수 있다.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주민등록번호가 옛날부터 있었던 것으로 받아들인다. 단군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웠을 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진 1948년부터 제도화됐을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는 ‘1·21청와대 기습사건’ 이후 도입됐다. 주민등록법 자체는 1962년 5월10일부터 시행됐으나 주민등록증 발급은 의무가 아니었다.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 124군 소속 군인들이 청와대 뒤편 창의문까지 침투한 사건이 일어난 뒤인 1968년 5월부터 현재와 같은 주민등록번호가 도입됐다. 국가안보를 위해 국민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는 바코드와 비슷하다. 분신처럼 항상 접하는 스마트폰이나 해장국 대용으로 자주 끓여먹는 라면처럼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돼 나올 때 바코드가 찍힌다. 언제 어느 공장, 어느 부서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들어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주민등록번호도 그 사람의 출생비밀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태어난 곳이 서울인지 충청남도, 충남에서도 천안인지 아산인지, 아산의 어느 동네에서 언제 태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바코드만 있으면 제품의 비밀을 모두 알 수 있듯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그 사람의 비밀을 모두 알 수 있다.


◆퀴즈2. 대한민국 사람은 언제쯤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도 노벨상 수상국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노벨상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상, 의학상, 물리학상, 경제학상 등에서는 여전히 캄캄 무소식이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무려 30명이나 된다. 일본 국적이 25명, 일본에서 태어난 외국 국적자가 5명이다.
한국인이 노벨상 받을 가능성과 관련,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지적이 심금을 울린다. 최 교수는 유학시절 두가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하나는 하버드대학교의 ‘시니어 펠로우십’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강연이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이 매월 한달에 한번씩 모여 자유토론을 하는 시니어 펠로우십에선 전공이 다른 학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화한다. 주제를 정하지 않고 하는 대화에서 뜻하지 않은 연구 소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강연하기에 앞서 강당 구석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를 보자 연주해도 되느냐고 물은 뒤 멋지게 연주했다. 강연이 끝난 뒤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화학만 열심히 공부하면 화학의 기술자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벨상을 받으려면 화학과 다른 분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나도 화학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피아니스트가 됐을지도 모른다.”

최 교수는 “오늘 이 강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불완전한 사람들이다”고 했다. 깜짝 놀라는 사람들을 보며 “한국에선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와 이과로 나뉜다. 대학도 문과 이과 나눠서 가고 대학 공부와 대학원 연구도 문과 이과로 나뉜다. 학문의 절반은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으니 지식적으로 불균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문의 절반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교육폭력 아래에선 노벨상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처럼 들렸다. 날 때부터 문과 이과로 나눠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지식불균형을 시급히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퀴즈3. 산토끼의 반대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십여 가지나 된다. 죽은 토끼, 알카리 토끼, 집토끼, 들 토끼, 바다 토끼, 판 토끼, 끼토산…. 단답형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집토끼로 ‘정답’을 정해 놓는다. 이와 다르게 얘기하는 것은 모두 ‘틀린 것’으로 채점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죽이고 사고 폭을 좁히고 만다.

‘얼음이 녹으면 …’ 뒤에 붙는 말도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물이 된다’고 하는 답은 고지식한 것이고, ‘봄이 온다’는 답은 천진난만한 어린이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말년인 군인은 ‘제대한다’고 생각할 것이며, ‘가래질한다’는 말은 천수답 농부의 다짐일 터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결혼식을 기다릴 것이다.

사람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행동도 변한다. 그래서 ‘4월(양력 5월)엔 하느님 되기도 어렵다’(作天難作四月天)는 말이 인구에 회자됐다.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는데 나들이 가는 사람은 맑기를 원하고, 익어가는 보리는 뜨거운 햇살을 기다리지만 뽕잎 따는 낭자는 구름만 끼고 비 안 오기를 바라니 어느 장단에 맞출지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흰쥐해가 시작됐다. 경자년엔 지혜의 상징인 흰쥐를 닮아보자. 우리 머리와 가슴에 똬리 틀고 앉아 있는 두마리 개를 내쫓는 일부터 하자. 편견과 선입견은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는 절대악이다. 편견과 선입견은 진보와 보수라는 편 가르기 진영싸움을 부채질한다. 진영논리로는 대한민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난과 안보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두마리 개를 쫓아내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포용과 이해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사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하루빨리 미운오리새끼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영논리에 함몰되지 말고 스스로 백조라는 사실을 자각하자. 오리라는 낡은 옷을 훨훨 벗어버리고 백로가 되어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아보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