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48만명을 보유한 네이버 취업카페에 ‘은행텔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올 상반기 공채에서 텔러, 파트타이머 등 무기계약직(비정규직)에 지원하는 이들이다. 은행권의 정규직 공채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하향지원하는 취준생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이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발 맞춰 채용을 확대했으나 오히려 고용의 질은 하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연봉을 받는 정규직 직원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싼 일자리’를 잔뜩 늘렸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의 비정규직 직원이 141명 늘었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134명, 126명 증가했다. 농협은행은 유일하게 비정규직 직원이 80명 줄고 정규직 직원이 74명 늘어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 우리은행은 비정규직 수가 24명 감소했지만 정규직 직원도 122명 줄었다.
◆긴축경영 선언, 순익 목표도 내려
은행권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것은 은행업 환경이 나빠진 영향이 크다.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부동산 대출과 예대율 규제 시행 등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역대 호황’을 누리던 시중은행은 저마다 긴축경영을 선언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순이익 목표치를 10%가량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거둔 순이익보다 최소 1200억원은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다.
통상 은행들은 순이익 목표치를 전년보다 5% 이상 올려 잡는다. 신한은행이 순이익 목표치를 낮춰 잡은 것은 은행 창립 후 처음이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2조4000억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올렸지만 수익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주춤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8년 말 8.87%에서 지난해 말 8.78%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말 순이자마진은 1.68%로 2018년 말(1.85%)보다 0.17%포인트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은 전년 실적에 따른 성과급도 줄이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국민은행의 올해 성과급(보로금)은 통상임금 대비 200%(시간 외 수당 적용 기준)로 책정됐다. 지난해 300%보다 줄어든 것이다.
신한은행 성과급은 300%에서 190%로 대폭 줄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인 최대 200% 이내로 성과급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전문가들은 올해 은행권의 대출성장률이 5% 중반에서 초반으로 줄고 이자이익도 전망치(42조9000억원)보다 최대 3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연구 실장은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보호 비용 상승, 수수료 영업의 위축 가능성,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규제가 늘어나는 상황에 은행의 먹거리가 줄어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인없는 금융회사, 일자리 창출 기회 열어야
당장 올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준비하는 은행들은 고민에 빠졌다. 신입채용을 늘리기엔 인력비용이 부담이지만 금융당국의 일자리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3370명의 인력을 새로 뽑았다. 신규 채용인력은 2016년 1040명에서 2017년 1950명으로 910명(87.5%) 증가했고 2018년 3112명으로 1162명(59.5%) 늘었다. 지난해에도 3370명에 달하는 신규 인력을 채용했지만 증가폭은 258명(7.6%)에 불과했다.
고용통계에는 비정규직, 청원경찰 같은 외부 업체 파견 직원까지 반영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금융위 측은 “이번 조사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통계치를 보완해 금융회사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기 전에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부터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정부가 미래금융 일자리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규제 완화다. 지금은 엄격한 대주주 자격요건이 인터넷은행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돼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케이뱅크는 KT가 대주주 전환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심사가 중단됐다. KT의 유상증자를 기다리던 케이뱅크는 개정안 통과가 지지부진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현재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여신상품 신규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 사이에 케이뱅크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케이뱅크의 당기순손실은 635억5400만원이었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85%로 업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영향에 따라 올해 공격적으로 늘리려 했던 당초 채용계획은 최소 인원만 뽑는 것으로 바꿨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은행의 규제를 풀어주면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먹거리를 찾아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도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건전성을 회복하면 은행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인없는 금융회사, 일자리 창출 기회 열어야
당장 올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준비하는 은행들은 고민에 빠졌다. 신입채용을 늘리기엔 인력비용이 부담이지만 금융당국의 일자리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3370명의 인력을 새로 뽑았다. 신규 채용인력은 2016년 1040명에서 2017년 1950명으로 910명(87.5%) 증가했고 2018년 3112명으로 1162명(59.5%) 늘었다. 지난해에도 3370명에 달하는 신규 인력을 채용했지만 증가폭은 258명(7.6%)에 불과했다.
고용통계에는 비정규직, 청원경찰 같은 외부 업체 파견 직원까지 반영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금융위 측은 “이번 조사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통계치를 보완해 금융회사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기 전에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부터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정부가 미래금융 일자리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규제 완화다. 지금은 엄격한 대주주 자격요건이 인터넷은행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돼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케이뱅크는 KT가 대주주 전환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심사가 중단됐다. KT의 유상증자를 기다리던 케이뱅크는 개정안 통과가 지지부진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현재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여신상품 신규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 사이에 케이뱅크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케이뱅크의 당기순손실은 635억5400만원이었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85%로 업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영향에 따라 올해 공격적으로 늘리려 했던 당초 채용계획은 최소 인원만 뽑는 것으로 바꿨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은행의 규제를 풀어주면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먹거리를 찾아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도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건전성을 회복하면 은행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