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should I do? I got her pregnant." (어떡하지? 그녀를 임신시켰어.)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한 영어회화 교재에 예시로 적힌 문장입니다. 이 책에는 다른 영어회화 교재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성 관련 예문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영어회화 교재인 만큼 이 책은 아무런 연령제한없이 일반 시중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든 어린이든 누구든 마음대로 구매할 수 있는 건데요.


음란한 내용이 담긴 출판물이나 음반 등은 관련 분야 심의위로부터 까다로운 심의를 거치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청소년들도 자주 찾는 영어회화 서적에 이런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담길 수 있었을까요? 네이버 법률이 알아봤습니다.

◆내용만 보면 청소년 유해물

이 문제는 내용과 형식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하는데요.

일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부적절한 내용의 경우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하 출판법)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에 따라 유해간행물로 지정돼 아예 판매가 금지됩니다. 이미 유통된 경우 수거 또는 폐기됩니다.


성인에게 금지할 수준의 내용이 아니라면 그 다음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인지 아닌지 따져보게 됩니다. 만약 해당 간행물이 청소년보호법상의 유해간행물로 판단되면 간행물위원회는 즉각 이 사실을 여성가족부에 알려야 하고 이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분류하게 됩니다.

이때 청소년의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내용은 물론 저속한 언어나 대사를 지나치게 남발하는 내용도 청소년보호법상 유해매체물로 분류되는데요. 이번 영어회화 교재의 내용만 놓고 보면 청소년 유해매체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판법 제19조(간행물의 유해성 심의)

① 위원회는 간행물의 유해성을 심의한 결과 간행물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유해간행물로 결정하여야 한다.
1.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거나 체제 전복 활동을 고무(鼓舞)하거나 선동하여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
2. 음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뚜렷이 해치는 것
3. 살인, 폭력, 전쟁, 마약 등 반사회적 또는 반인륜적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하거나 조장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사회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
② 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심의 결과 간행물이 「청소년 보호법」 제9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하고,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여성가족부에 통보하여야 한다.

영어회화 교재 내용. /사진=뉴시스

◆시민 동의 얻으면 영어교재도 심의 가능

문제는 영어회화 교재와 같은 학습지는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출판법상 심의대상에 해당하는 간행물은 '소설, 만화, 사진집, 화보집 및 잡지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간행물' 등입니다. 학습지는 별도 규정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간행물위원회는 학습지의 경우, 민원이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간행물위원회가 말하는 민원은 어떤 경우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간행물'도 출판법상 심의대상인데요.

관련 시행령 규정을 보면 '청소년 보호 기관이나 단체, 혹은 30명 이상 서명해 청소년 유해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심의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민 30명 이상 서명을 받으면 심의 대상이 되는 거죠. 

출판법 시행령

12조(심의 대상 간행물의 범위) 법 제18조제1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간행물"이란 다음 각 호의 간행물을 말한다.

4.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기관ㆍ단체 또는 30명 이상이 서명하여 청소년 유해 여부의 확인을 요청한 간행물
간행물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판단이 내려지면 다음으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 유해매체물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요.


청소년보호위는 청소년보호법을 근거로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해 △청소년유해표시 △포장의무 △판매금지 △구분격리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중 유해표시나 포장의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판매금지 결정 위반시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죠. 구분격리 위반시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현재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선정된 간행물 목록은 여성가족부 고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