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이 또 다시 연기될 조짐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금감원에 시한 연장을 다시 요청했다. 하나은행 측은 “키코 배상과 관련해 추가 사실을 확인하고 법률 검토를 통한 신중한 판단을 위해 차기 이사회 일정 등을 감안해 연장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해 전날 금감원에 수용시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당초 수락여부 통보시한은 이날이다. 금감원이 은행들의 2차례에 걸친 통보시한 연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에 대해 피해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전날 한국씨티은행과 KDB산업은행은 일성하이스코에 대한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배상안 요청을 받아들인 곳은 우리은행 뿐이다.
금감원은 3번째 분쟁조정안의 수락 기간 연장하는 것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키코 사태의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는 다음달초쯤 가동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은행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우리은행은 추가 배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분쟁조정안이 기대만큼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해당 은행들이 배임 소지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해서다. 키코 피해 기업의 손해 배상 청구권은 민법상 소멸 시효 10년이 지난 상태인데 배상을 하면 주주 이익이 침해돼 배임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미 시한을 두차례 연장한 은행이 세번까지 요청하게 되면 키코 피해기업으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또 배상을 권고한 금감원의 의견을 반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담이다.
금융권에선 윤석헌 금감원장의 키코 배상 추진에 대해 "시작부터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금융위원회에 키코 재조사를 요구했던 윤 원장은 이듬해 금감원장 취임 직후부터 키코 문제의 원점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이고 배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상안을 받아주면 과거 은행들과 분쟁이 있던 기업들이 추가로 나타나고 배임 소지가 여전해 은행들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