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미입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오늘 공적 마스크가 매진됐습니다.’(A약국)
‘공적 마스크가 아직 입고되지 않았습니다.’(B약국)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약국 두곳에 붙은 안내문이다. 두개 약국의 거리는 불과 500m. 하지만 한곳은 공적 마스크 판매가 이미 완료됐고 다른 곳은 동시간대에 입고조차 되지 않았다. 공적 마스크 판매처마다 판매 시간이 제각각이라 소비자들의 혼란은 여전한 모습이다.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2개씩 나눠 각 요일별로 주당 1인 2매씩 구매하도록 제한한 조치다.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판매처를 찾았다가 헛걸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정부가 보다 강화된 대책을 내놓은 것. 실제로 첫 시행일인 이날 현장에선 전보다 마스크 판매나 구매가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A약국 약사는 “구매 대상과 수량이 제한되다보니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오늘도 공적 마스크가 입고되기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일부 있었지만 입고 후 30~40분 동안 여유롭게 판매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인근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한 대학생 김모씨(1996년생)는 “혹시나 해서 왔는데 어렵지 않게 구했다. 요일을 정하니 구매가 훨씬 수월하다”며 약국 봉지에 담긴 마스크를 흔들어보였다.

다만 일부 약국에서는 여전히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공적 마스크 입고 시간을 미리 공지한 서초동의 C약국은 해당 시각이 되자 50여명의 대기자가 모여들었다. 이 약국 앞에 줄을 선 주부 이모씨는 “오전에 동네를 지나다 약국 앞에서 ‘오후 2시30분~3시 사이에 입고된다’는 안내문을 보고 오후 2시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2시40분에 구매를 마쳤다.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이전까지 마스크를 구매할 엄두를 못냈는데 오늘은 대기자가 줄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대기 행렬에 합류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약국에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있다. 이 약국은 마스크 판매시간을 미리 고지하면서 해당 시간에 구매자들이 몰렸다. /사진=김경은 기자

우연히 또는 약국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구매에 성공한 이들이 있는 반면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여전했다. 마스크 공급시간이 제각각인 탓에 혼란을 빚는 이들이 많았다.

기자가 이날 오후 서초동 일대 1㎞ 약국 7곳을 돌아본 결과 공적 마스크 판매 시간은 모두 상이했다. A약국은 오전 9시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나 50m 옆 D약국은 오전 11시, 100m 떨어진 C약국은 오후 2시 마스크를 판매했다.
D약국 약사는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달라서 판매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며 “마스크 공급업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약국 약사는 “노인 분들에게 마스크 5부제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구매 요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왔다가 마스크를 사지 못해 항의하는 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마스크 5부제 시행에 따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이면 월요일, '2, 7'은 화요일, '3, 8'은 수요일, '4, 9'는 목요일, '5, 0'은 금요일에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주중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문을 연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대리구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2010년 이후 출생한 어린이와 1940년 이전 출생 어르신에 한해서는 허용된다. 앞서 정부는 장애인을 제외한 대리구매를 금지했지만 영유아 가정과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책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