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설’만 난무하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의 통합일정이 최종 확정됐다. 신한금융지주는 보험사 수익을 강화해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한다는 각오다. KB금융도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고 추격한다.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강화 흐름에 따라 보험이 리딩금융 격전지로 떠올랐다. 철옹성으로 여겨온 삼성·한화·교보의 '빅3구도'도 균열이 예상된다. ‘머니S’는 통합 신한-오렌지가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 통합 전 구조조정 가능성, 보험사 매물들이 인수합병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Cover Story-오렌지 삼킨 신한금융]① 탑티어 보험사 선언한 조용병, 빅4 만들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의 통합 일정이 내년 7월로 확정됐다. 오랜 기간 ‘빅3’ 체제를 유지해온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아성을 ‘통합 신한-오렌지’가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의 통합이 드디어 확정됐다. 그동안 ‘시기만 남았다’는 평을 들어온 양사의 통합일을 모회사 신한금융지주가 내년 7월1일로 못 박은 것이다. 중대형급 생명보험사 두 곳의 통합으로 오랜 기간 ‘빅3’ 체제를 유지해온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아성을 ‘통합 신한-오렌지’가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마침내 결정된 ‘통합’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뉴 라이프(NewLife) 추진위원회’를 열고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일을 확정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를 2조2989억원에 인수했고 올 1월엔 자사주 외 잔여지분 40.9%를 취득,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양사가 통합할 경우 총자산 기준, 생보업계 4위권인 대형사가 탄생한다. 신한생명(34조1793억원)과 오렌지라이프(33조8705억원) 합병 시 총자산은 약 68조원이 된다. 현재 4위인 NH농협생명(64조8154억원)을 뛰어넘고 3위인 교보생명(107조원)을 추격하게 된다.

신한금융은 양사 통합으로 비은행부문의 수익성을 강화해 KB금융과의 격차를 벌려 ‘일류 신한’을 꿈꾼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의 비은행부문 순이익 상승을 이끌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비은행부문 순이익은 전년대비 15.22% 늘어난 1조21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오렌지라이프가 차지한 비중은 13.29%(1610억원)다.

이는 비은행 자회사 가운데 신한카드(5088억원)와 신한금융투자(2208억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올해부터는 오렌지라이프가 100% 자회사가 돼 순익이 지주 실적에 온전히 반영된다. 올해 더 높은 비은행부문 순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KB금융은 KB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자산이나 수입보험료 측면에서 소형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본확충 때문이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신한생명은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자본 여력이 풍부한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자 부담을 최소화하려 했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알 수 있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신한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227.86%이지만 오렌지라이프는 무려 393.91%로 업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양사 통합은 당초 계획과 달리 여유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담당자(CFO)는 지난해 10월 “양사 통합은 빠르면 내년 말, 늦어도 내후년 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IFRS17 도입이 1년 유예(2023년)되면서 신한금융은 통합일정을 내년 7월로 설정했다.

통합 후 업계 4위, 순익으론 3위

업계에서는 ‘통합 신한-오렌지’가 생보사 빅3를 위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현시점에서 ‘통합 신한-오렌지’는 총자산(68조원)이 업계 4위(삼성생명 287조원·한화생명 121조원·교보생명 107조원)다. 당기순이익(3953억원)에선 한화생명(1146억원)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선다.

보험사의 주요 성과지표를 알 수 있는 수입보험료 부문에서도 ‘통합 신한-오렌지’는 빅3를 위협한다. 지난해 빅3의 수입보험료는 ▲삼성생명 16조467억원 ▲한화생명 9조4591억원 ▲교보생명 7조4367억원 등이다. 신한생명(4조853억원)과 오렌지라이프(3조3019억원)가 통합하면 수입보험료가 총 7조3872억원으로 3위 교보생명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통합 신한-오렌지’는 당장 지표상으로 빅3의 3위권을 위협하거나 넘어서게 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양사 통합 후 일류 보험사(탑티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몸집만 큰 회사가 아닌 양사의 강점을 적절히 융합해 남은 기간 최적의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신한생명은 다양한 채널에서 영업을 영위하는 게 강점이다. 영업채널이 설계사, 대리점, 텔레마케팅(TM), 온라인(CM)채널 등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신한생명의 지난해 TM채널 초회보험료는 116억원으로 교보생명, 흥국생명, 라이나생명에 이어 4위다.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TM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다. 주 상품이 변액보험과 종신보험 위주로 구성돼있는 만큼 설계사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강점을 보인다. 양사 통합을 통해 장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생명은 TM채널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설계사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강점을 보인다. 양사 통합을 통해 장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사진=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제공

‘빅3 아성’ 못 넘으면 어때

일각에선 ‘통합 신한-오렌지’가 굳이 빅3 생보사를 뛰어넘으려 무리한 사업확장을 펼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업황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무조건 몸집을 키우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19년 보험사들의 경영실적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대비 22.8% 감소했다. 금리하락으로 인한 보증준비금 증가로 보험영업손실이 확대됐고 투자영업이익도 하락해서다. 무조건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변액보험이나 건강보험 등 양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8년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시장 강자인 PCA생명과 통합 후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며 시너지를 냈다. 잘하는 분야인 변액보험 중심 영업전략을 통해 시장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보사 고위 임원은 “제로금리와 함께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며 “신한금융 입장에서도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빅3 구도를 깨는 것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곳에 더 투자하는 등 확실한 경로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손보업계 만년 5위 메리츠화재는 인(人)보험을 특화시켜 빅4를 위협하고 있다”며 “통합 신한-오렌지도 장점이 있는 보장성보험을 더욱 육성하면 생보업계 빅3가 아닌 빅4에 합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