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인기가 뜨겁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된 반면 금과 달러 등 안전자산은 꾸준히 몸값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투자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 코로나19 후폭풍도 비껴간 안전자산의 투자전략을 알아보자.<편집자주>

무섭게 오르던 원/달러 환율이 잠잠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중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8일 원/달러 환율은 1222원에서 거래를 시작해 1223원에 마감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시중에 풀면서 ‘달러 가뭄’ 현상은 점차 해소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하락에 트럼프 강달러 자극

강달러를 자극하는 원인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코로나19에서 촉발된 경기침체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 맥없이 고꾸라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SI)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104.79로 전월대비 0.85포인트 떨어지며 지난 2013년 8월(102.6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글로벌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구매력(대외가치)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준다.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가치가 절상됐고 반대로 낮으면 절하됐음을 가리킨다.

반면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일 상승세다. 올 초 97 수준을 유지했던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중순 103까지 올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100.09를 기록했다.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국제유가도 달러 상승을 자극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6월물 WTI,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6월물 브렌트유까지 폭락세가 번졌다.
지난 27일 6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24.6%(4.16달러) 내린 1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30% 넘게 밀리면서 11달러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유가 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달러는 매우 강하다. 강한 달러는 전반적으로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인들의 불만이 커지며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해 이를 반등시킬 기폭제가 필요한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미국 증시와 기업활동, 소비심리의 위축이 가시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원/달러 환율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달러 찍어내기 등 ‘표심정책’으로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너도나도 달러 사재기, 투자성향별 전략

강달러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불안한 상황에 ‘믿을 건 달러뿐’이란 심리가 확산되면서 달러투자에 열풍이 분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달러화 예금은 644억6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59억2000만달러 폭증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지난 1월부터 두달 연속 달러화 예금은 감소했다가 다시 늘었다. 지난 2019년 11월(59억3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통상 달러가 비쌀 때 달러를 파는 수요가 늘어나는데 코로나19 패닉으로 달러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수요가 많다”며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올라 1250원 후반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경색 우려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현재 극도의 달러 선호는 약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는 이자를 받으면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예금이 적합하다. 달러예금은 금리가 원화 통장보다 높고 예치 기간도 상품에 따라 다양하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는 것도 장점이다.

단기 자금을 운용하려면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고려해볼 만하다. 증권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가입할 때 정해 놓은 이자를 준다. 국공채 및 회사채에 투자해 연 1%대 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다.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장기투자를 계획하는 재테크족은 달러보험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보통 원화 보험 상품보다 약 1%포인트 정도 높은 공시이율을 적용해 높은 금리와 세제혜택을 챙길 수 있다.

공격적인 투자자는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하면 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최근 한달간 미국 달러선물지수에 연동된 ETF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7%대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ETF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1%에 그친 점에 비춰보면 높은 성적이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달러선물 ETF는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익률이 오르고 달러 가치가 내리면 수익률도 떨어진다”며 “강달러가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수익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