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휩쓴 세계 각국의 관문. 아시아 최대 허브로 도약 중인 인천국제공항이 관련기업 매출과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국내 대표 공공교통서비스인 철도 역시 여객 감소로 인해 적자가 불어났다. 민간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진행되는 가운데 표면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실상 부실위험을 안고 있는 공공부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인 상태다. <편집자주>
[MoneyS Report-수면위 오른 ‘공공 부실화’] ①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대한민국을 세계와 잇는 최대 공항, 동북아시아 허브. 인천국제공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항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인적·물적 교류의 중단으로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지난 4월20일 기준 하루 3278명을 기록해 사상 첫 3000명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년동기대비 98.3%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수하물 처리시설 등을 일부만 운영하는 ‘1단계 비상공항운영’이 실시됐다. 김포국제공항 여객수도 3월30일 이후 한달째 ‘0’명이다. 국토교통부는 4월6일 김포·김해공항 등의 국제선 여객을 인천으로 일원화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상 첫 적자가 우려된다. 공항 적자는 단순히 공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식음료·편의점 업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까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공공부문 입점업체의 임대료와 사용료 인하 등의 지원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사실상 민간 재난소득이나 추경 등으로 인해 우선 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무엇보다 정부배당 조정이 문제다. 정부 출자기관인 공항공사의 특성상 연간 수천억원대 정부배당을 하지만 조정문제가 수면위로 올랐음에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못했다. 공항 관련 근로자들의 해고사태가 현실화됐고 인천국제공항을 세계 최대 공항으로 키우기 위한 4단계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 자칫 시설투자가 중단될 경우 공공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채 떠안고 배당금 내야 하는 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정부에 낸 배당금은 총 3755억원. 배당이 결정된 출자기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고 전체 배당금 1조4382억원의 26.1%를 차지했다. 공사는 2018년에도 가장 많은 4725억원의 배당금을 냈다. 2016~2019년 공사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총 4조655억원. 같은 기간 정부가 가져간 배당금은 1조5947억원(39.2%)에 달해 고배당 논란이 지속됐다.공사가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요인은 아웃소싱 협력사의 저임금과 상업시설의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래 정부는 공항의 흑자경영을 이유로 해마다 공사 이익의 10~30%대 배당금을 가져갔다. 국내 민간 대기업의 배당률(2~7%)과 비교하면 ‘폭리’ 수준이다. 배당금은 형식상 공사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가 결정하지만 지분 100%를 가진 정부가 공사의 관리감독 권한마저 쥐고 있어 배당 지침을 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국의 관문이자 공공시설인 공항에 정부 지원이 미흡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사회간접자본(SOC)은 국고 지원이 필요한 공공인프라임에도 정부 투자가 없다 보니 2018년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부채는 3조원을 넘었다. 공공기관 부채는 방만경영이 일부 원인이기도 하지만 부채가 쌓인 공기업의 이익을 배당에 앞서 부채감축에 사용하거나 재투자를 해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국제공항 인근 영종국제도시 내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 유치나 영종-신도 연륙교 건설, 제2공항철도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정부 배당금이 사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국감이나 총선 공약 등을 통해 제기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도 이익금의 사용순위에 대해 이익준비금, 법정적립금에 이어 세번째로 배당을 정하고 있다. 배당금을 유보하고 재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지속됐지만 정부로선 세수부족과 재정 건전성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 세외수입을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건 올 1월. 2월에는 집단감염이 확산됐고 3월에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는데 이때부터 임대료 인하 요구가 발생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2010년 3월 1년간 공사는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를 10% 감면해줬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축소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임대료 인하는 공사와 정부가 함께 의논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시간을 끌다가 적정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논란 탓에 임대료 3월분은 소급해 총 6개월분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배당금 납입시기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외화벌이 선언 후 해외사업을 본격 추진한 김포국제공항의 운영사 한국공항공사는 관련사업 차질이 우려된다. 인천국제공항 4단계사업 역시 항공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23년 제2여객터미널 26만6000㎡, 2029년 제3여객터미널 최종 7만8000㎡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으로선 시설투자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인천국제공항은 4단계사업 이후 홍콩을 대신하는 아시아 최대 허브로 연간 1억명 여객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시설투자가 중단되면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다시 정상화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 3단계사업 때도 공사는 수조원의 공사채를 발행해 빚을 떠안았다. 사실상 정부 지원 없이는 힘든 상황이다.
만약 공사가 부채감축과 투자를 위해 보유토지를 매각하거나 여객 이용료, 주차료, 상업시설 임대료 등을 인상하면 이는 공공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다만 공항공사는 국가적인 재난상황에 민간과 국민의 재산소득 지원이 시급한 만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이지만 공사보다 입점업체들이 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배당 문제는 올해 수익이 나야 내년에 결정되는 문제라 지금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도 “고정 임대료를 내는 입점업체들이 가장 큰 문제고 공공기관 운영은 관련법에 따라 자율권을 존중받는 게 맞지만 정부의 경영지침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