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온 5·18은 피해자 명예회복, 전두환·노태우 등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일부분 이뤄졌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 미흡하다. 무엇보다 발포명령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나아가 ‘어둠’의 틈을 타 운동의 참뜻을 훼손하는 세력들이 준동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5·18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법정에 출석한 지난달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오월 어머니회 회원이 무릎 꿇은 전두환 동상의 눈을 파내는 시늉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질적 발포 명령자로 지목되는 전두환씨는 현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발포 명령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혐의는 아니다. 전씨는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지난 1995년 내란수괴 및 내란모의참여, 내란목적 살인 등 13개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전씨에 대한 재판은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것이다. 전씨는 지난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시민군의 편에 섰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실어 유족들로부터 형사고발당했다. 전씨는 2년째 이어지는 재판에서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내려진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왼쪽)가 지난달 27일 부인 이순자씨와 공판 출석을 위해 집을 나서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2년여 재판 동안 참석은 '두번'… "왜 이래!"

고 조비오 신부는 생전에 5·18 당시 헬기사격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을 일관적으로 펼쳤다. 이에 전씨는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라며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했다. 

전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은 지난 2018년부터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김정훈)에서 진행 중이다. 2년 동안 진행된 재판 기간 전씨가 직접 광주를 찾은 것은 2차례뿐이다. 전씨는 지난해 3월11일과 올해 4월27일 각각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재판을 받으러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이 기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꾸준히 재판기일을 연기하거나 변경했다.
전씨 측은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전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검사 측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하지 않았음을 믿고 있다"라고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불성실한 재판 참여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재판에서 전씨는 재판 시작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인 이씨가 물을 건넸음에도 지속적으로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출석한 재판때도 거듭 조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산 바 있다. 재판장은 "피고인이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라며 주의를 환기하기까지 했다. 

오월어머니회를 비롯한 광주시민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전두환씨의 재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전씨 재판, 앞으로 어떻게 되나

전씨의 재판은 앞으로 오는 6월1일과 22일 각각 열리며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1일은 전일빌딩 헬기 사격 탄흔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동환 총기연구실장과 전남대 5·18 연구소 김희송 연구교수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다. 이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로, 감정증인에 해당한다.


22일은 전씨 측 증인들이 법정에 선다. 지난해에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시민들과 광주로 출격했던 헬기 조종사 등이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증인신문이 끝나면 이 사건의 실질적 증인은 모두 법정에 출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고소인 측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6월 중 사실상의 증인신문 절차가 끝난다면 오는 7월에는 추가 증인이나 미진한 절차를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형사재판은 증인신문 뒤 피고인신문, 결심공판, 선고 순으로 이뤄진다. 결심공판은 검사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변론으로 진행된다.

이 사건 고소인 측 한 변호인은 지난달 28일 "현재의 재판 흐름이면 8월 하절기 휴정기를 거쳐 이르면 9월이나 10월 중 선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