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유럽 축구계에 첫 재개 신호탄이 쏘아진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2달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길고 긴 코로나19 공백기를 깬다. /사진=로이터

사망자 1만명 미만… 철저한 대처가 재개 문 열었다

분데스리가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샬케 04의 경기 등 총 5경기를 시작으로 2019-2020시즌 일정을 재개한다. 지난 3월11일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 FC 쾰른의 경기를 끝으로 일정을 중단한 지 2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유럽 축구계가 여전히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분데스리가의 재개는 하나의 분기점처럼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시즌 중단을 결정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은 재개 의사를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계획'에만 그치고 있다.


독일이 다른 주요 리그들보다 한 발 앞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자국 내 긍정적인 방역 상황에 따른 것이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시스템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지난 15일까지 17만447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7884명이 숨졌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영국(사망자 3만3693명), 이탈리아(3만1368명), 스페인(2만7321명) 등이 수많은 사망자로 허덕일 때 독일은 사망자가 채 1만명을 넘지 않았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3월에 리그가 중단된 이후 꾸준히 재개 준비를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구단별 공식 훈련을 유럽 5대리그 중 처음으로 허가했고 정부와 지속적으로 리그 재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리그를 재개한다고 해서 방역 경계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분데스리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당분간 리그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한다. 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는 숙소와 훈련장을 제외한 외부 이탈을 극도로 제한했다. FC 아우구스부르크의 하이코 헤를리히 신임 감독이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켓에 들른 사실이 적발되자 지체없이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헤를리히 감독은 앞으로 2차례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야 다시 벤치에 앉을 수 있다.


이밖에 선수들은 경기 전 악수를 나눌 수 없고 정기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경기 당일 경기장에 출입하는 인원도 사전에 등록된 이들에 한한다. 기존에 3명이던 교체 선수는 오랜 기간 공백이 있었던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5명으로 임시 확대한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다시 시작하는 분데스리가, 주요 관전포인트는?

총 18개 팀이 참가하는 분데스리가는 총 34라운드로 치러진다. 리그 종료 전까지 각 구단들은 24~25라운드를 치렀다. 팀별로 많게는 10경기, 적게는 9경기씩 시즌이 남아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우승 경쟁이다. 분데스리가는 그동안 일부 시즌을 제외하면 바이에른 뮌헨이 최강 자리를 유지했다. 뮌헨은 지난 2011-2012시즌 도르트문트에게 우승을 뺏긴 이후 지난 시즌까지 리그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최강의 위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초반 1위 경쟁이 펼쳐졌다. 뮌헨이 초반에 흔들린 사이 도르트문트와 RB라이프치히, 볼프스부르크, 바이어 레버쿠젠, 묀헨글라드바흐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연말을 전후해 라이프치히가 치고 나왔다. 라이프치히는 12월 중순 묀헨글라드바흐로부터 1위 자리를 빼앗은 뒤 1월 말까지 선두를 사수했다. 공격진에서 티모 베르너가 활약하는 사이 단단한 수비력을 앞세워 구단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우승의 꿈을 키웠다.

그 사이 부침을 겪던 뮌헨은 시즌 중반 니코 코바치 감독이 사임하고 한지 플리크 감독대행이 부임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전설적인 감독인 유프 하인케스의 제자로 알려진 플리크 감독대행은 뮌헨 특유의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며 단숨에 승점을 쌓았다.

뮌헨은 2월 초를 전후해 라이프치히로부터 1위를 가져왔고 잠깐의 공방을 펼친 뒤 쭉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방심하기는 이르다. 2위 도르트문트(승점 51점)가 승점 4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3위 라이프치히(승점 50점)~5위 레버쿠젠(47점)까지 촘촘한 승점차를 유지하고 있어 눈깜짝할 새 순위 변동이 가능하다. 리그 8연패에 도전하는 뮌헨과 9년여만의 탈환을 노리는 도르트문트, 사상 첫 우승컵을 원하는 라이프치히의 3파전이 가장 주목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격수 엘링 홀란드(왼쪽)와 제이든 산초는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건들이다. /사진=로이터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타 리그 이적설이 강하게 대두되는 선수들은 막판 활약을 통해 몸값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분데스리가 시즌 활약에 촉각이 곤두선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는 '꿀벌 듀오' 제이든 산초-엘링 홀란드(이상 도르트문트)다. 두 선수는 국제스포츠연구소(CIES)가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비싼 몸값의 10대 선수'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산초는 모국인 잉글랜드 무대 이적이 점쳐지며 홀란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과 꾸준히 이적설이 불거진다.

특히 홀란드는 지난 1월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뒤 곧바로 절정의 골 감각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리그 종료까지 비단 3개월을 조금 덜 뛰었음에도 홀란드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컵대회를 가리지 않고 골 폭격을 이어갔다. 이적 첫 달 분데스리가 이달의 선수상을 받기까지 했다. 현재까지 리그 8경기에서 9골을 터트린 홀란드가 어느 정도까지 득점 감각을 이어갈지 도르트문트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뮌헨)의 득점왕 경쟁도 있다. 라이프치히 공격 선봉장인 베르너는 뮌헨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 리그를 휩쓸었다. 뮌헨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팀의 상승세와 함께 득점 감각을 되살리며 득점왕 경쟁에서 앞서나갔으나, 베르너 역시 특유의 스피드와 결정력을 바탕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현재까지 레반도프스키는 25골, 베르너는 21골을 리그에서 터트렸다. 향후 경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역전 가능한 격차다. 두 팀은 우승 경쟁까지 펼치고 있는 만큼 두 선수는 개인의 영광과 팀의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즌 막판까지 극한의 골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베르너의 경우에는 시즌 종료 후 잉글랜드 이적이 점쳐지는 만큼 그가 팀을 떠나기 전 라이프치히에게 영광을 안길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