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42개 해외 도시의 시장이 참여한 온라인 ‘CAC 글로벌 서밋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재난은 약자에게 더 크게 찾아옵니다. 그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도시정부는 이런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6월1일부터 5일까지 주최한 온라인 국제회의 ‘CAC(Cities Against Covid-19) 글로벌 서밋 2020’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박 시장은 “전염병 확산을 막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도시 봉쇄지만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라며 “질병과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려면 각국의 도시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투게더 위 스탠드’(Together We Stand)라는 슬로건 하에 열린 CAC 회의는 전세계 42개 도시들이 참가했다.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해외 도시의 시장, 각 분야 전문가 120여명이 인터넷상에서 머리를 맞댔다.

UN(국제연합)에 따르면 현대 문명의 발달로 인해 203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3분의2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연결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도시 간 연결을 가로막는 전염병 확산.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 서울시는 이번 서밋을 통해 방역 노하우와 다양한 정보를 전세계로 수출했다. 새로운 글로벌 표준도시의 비전을 공유함과 동시에 미래 스마트시티의 협력과제를 논의했다.

서울시는 공식 유튜브를 통해 이번 행사를 한국어와 영어로 생중계했다. 105개국 1억3800만명의 시청자를 보유한 ‘아리랑TV’를 통해서도 송출했다. 각국 도시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 방역정책을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 CAC는 4월9일 개설, 두 달 만에 600만뷰를 돌파했다.

각국 도시정부 ‘방역 협의체’ 최초 설립 제안

서밋 첫날인 1일에는 일리야 벨랴코프(러시아) 수잔(네팔) 안코드(영국) 등 외국인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자국 친구들에게 코로나19 생활방역을 소개했다.
이튿날인 2일에는 박 시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가칭 CAAP(Cities Alliance Against Pandemic)의 설립을 제안했다. CAAP는 각국의 도시정부로 구성된 국제 방역 협의체. 박 시장의 제안대로 도시정부 간 국제기구가 설립되면 감염병과 관련해 최초가 된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사디크 아만 칸 영국 런던 시장, 아니스 바스웨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지사, 세르게이 소뱌닌 러시아 모스크바 시장 등이 이날 회의에 참여했다. 
3일에는 방역분야 세션을 진행했다. 방역 세션에는 미국 LA,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국 베이징 등의 방역 책임자가 참석해 도시별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대응 사례를 소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제지원대책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제공=서울시

“옆집 불 꺼야 우리 집도 안전”

박 시장은 각국이 공조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옆집 불을 꺼야 우리 집도 안전한 법”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제안한 ‘표준적(Model) 도시 설계’는 전세계 도시정부가 각종 재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박 시장은 186명의 환자가 발생해 38명이 목숨을 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신속·투명·혁신’을 성공적인 방역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빠르고 광범위하게 검사하고 곧바로 확진자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를 격리하는 한국의 방식을 각국에 소개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시민들의 불안감을 없앤 점도 알렸다. 박 시장은 혁신적인 방역 사례로 한국의 ‘워킹 스루’와 ‘드라이브 스루’를 언급했다. 도보 이동 중이나 차량 운전석에 앉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빈곤 막기 위한 ‘사회제도’ 절실

박 시장은 감염병 대응의 필수요소로 ‘사회제도’ 강화를 꼽았다. 박 시장은 “재난이 장기화되면 소득보장과 의료보장, 고용보장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잘 준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 위기를 잘 극복하려면 도시 기반이 충분해야 한다”며 통신체계와 응급 후송체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수준 높은 의료장비 제조뿐 아니라 비대면 업무,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강화를 위한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를 마친 주요 도시의 시장단은 도시정부 간 협력을 골자로 하는 ‘서울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도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조 방향 논의, 감염병 대응 인력과 체계를 육성하기 위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