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 정상 합의를 파기하는 선봉장으로 돌변했다. /사진=로이터
한때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 정상 합의를 파기하는 선봉장으로 돌변했다.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전날(16일) 남북관계 소통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지 사흘만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삐라) 살포 비난을 시작으로 대남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지난 9일에는 예고대로 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을 비롯해 남북 동·서해 군 통신선을 일방 차단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강도높은 대남 비난 공세에 나섰다. 특히 폭파가 이뤄지던 16일에는 관영 매체를 통해 '총참모부 공개보도' 형식으로 북한군의 비무장화 지대 진출을 언급했고 대남 보복 계획을 국론으로 공식화하기까지 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김 위원장뿐 아니라 당과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히며 독자적 결정권한이 있음을 시사했지만 실제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서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국가 운영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정치국 회의 주재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올해 들어 공개 행보를 크게 줄이는 모양새다. 다만 국가 운영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노동당 주요 회의는 모두 주재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제1부부장이 위임받은 대남 사업 독자적 결정권한으로 당·정·군을 모두 아우르는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백두혈통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각인시키려는 행보의 일환이란 관측이다.

또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내치와 외치를 구분해 맡는 '투톱' 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경제난 정면 돌파전과 같은 내부적 사안에 집중하는 동안 김 제1부부장이 대미·대남 전면에 나서 대응한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