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기술수출이 답?
기술수출은 신약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기업이 다른 국내·외 바이오기업에 권리를 파는 것을 의미한다. 비유하자면 새싹이 돋기 시작한 화분을 구입한 소비자가 열매를 거둘 때마다 원래 주인에게 돈을 주는 구조다.이 같은 구조 덕분에 기술 수출은 바이오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주요 사업모델로 꼽힌다. 무엇보다 신약개발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후보물질 탐색부터 전임상단계(동물실험)와 임상시험(사람 대상 평가)을 거치면서 최종 개발까지 약 1조원 규모 막대한 비용과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탓이다.
현 K-바이오의 기술수출은 산업 전체를 이끌 만큼 활성화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기술수출 성과는 2017년 8건·1조40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13건·5조3706억원, 2019년 14건·8조5165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K-바이오는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퓨처켐’은 올 상반기 각각 2건, 1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력은 있지만 뚜렷한 매출 확보가 어려운 바이오기업에 기술수출은 가뭄 속 단비가 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연이은 기술수출로 연간 매출액 582억원,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해 최대 실적을 실현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가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기엔 인프라와 자본, 인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기술수출로 유입되는 재원을 통해 향후 후기임상까지 자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하지 않아도 계약금 수익과 상황에 따라 기술료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라며 “특히 뚜렷한 매출이 없는 바이오벤처가 기술수출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술수출 이면에는
그럼에도 K-바이오의 기술수출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기술수출 계약으로 확정되는 수익은 계약금에 불과하다. 향후 신약 개발성과에 따라 받게 되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로열티(경상기술료) 등 이후의 수익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연구개발 진행 과정에서 임상 단계 중 중단될 수 있으며 성공적으로 임상을 완료하더라도 허가단계에서 출시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최종적으로 시장에 출시하더라도 기존 의약품과의 경쟁, 해당 시장의 상황, 파트너사의 영업력, 새로운 경쟁 약품 출시 등 권리반환의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실제 지난 5월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가 ‘한미약품’으로부터 사들인 당뇨치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기술반납 의사를 통보한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의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개발이 더 빠를 경우 후속약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확률이 크다”며 “기술 도입한 다국적제약사가 시장성이 없는 약제에 고비용을 써가면서 임상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기술도입한 약물이 많다”며 “과제 간에 순위를 정하고 사업적인 측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니 기술수출엔 권리반환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술수출 계약으로 지급된 계약금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단계별 마일스톤 지급이라는 조건에 실적이 주저앉는 기저효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브릿지바이오의 1분기 매출액은 26억원에 불과했으며 영업손실은 84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1분기만에 실적이 고꾸라진 것은 기저효과의 반영 탓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K-바이오가 기저효과에서 벗어나려면 다수의 프로젝트로 지속적인 마일스톤 유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분명한데 대안이 없다
K-바이오에 기술수출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내수시장의 한계, 글로벌 임상 비용 등이 부담인 까닭이다. 실제 국산신약으로 출시된 제품 중 매출 100억원을 넘은 품목은 7개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K-바이오의 자본력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기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벤처와 중견제약사의 경우 기업 규모를 뛰어넘는 글로벌 임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하기엔 시장이 너무 좁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임상 수행 역량이 있는 다국적 회사에 대한 기술수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다국적 기업에 기술수출을 해서 이익을 실현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