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진 가운데 파기환송심에서는 그에 부과되는 벌금액이 1심 벌금 이상일 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은 시장에게 1심에서 선고한 벌금 9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기 때문에 은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한다. 선출직 공무원의 선거법 관련 당선무효는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그 기준이다.
서울고법 “재판부 변경… 추가 증거·증인 신청도 가능”
10일 수원고법 관계자는 "은 시장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해당 고법에서 재판이 다시 이뤄지지만 통상 진행되는 형사사건과 마찬가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로 열리는 항소심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측에서 재판부에 추가로 증거물을 제출할 수 있고 증인도 신청할 수 있다. 이후에 있을 판결에 불복한다면 또다시 상고장을 제출할 수 있다.
다만 파기환송으로 돌아온 이 사건이 항소심과 동일한 재판부에 배당되지는 않는다. 1차 항소심 심리는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가 담당했다.
대법원은 지난 9일 은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한 재판을 파기환송하고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은 시장에게 1심에서 선고한 벌금 9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액을 증액할 수 있는지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를 했으나 피고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증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은 시장은 시장직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없어졌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에만 당선무효가 된다.
대법 “벌금증액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반해”
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55조는 항소이유서에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가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고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한 항소이유가 없었는데도 2심이 1심보다 벌금액을 증액한 것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검사는 불복 사유로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로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항소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검찰이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으로 간단히 기재한 사례는 종종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은 시장 양형이 부당하다는 것이면 충분했던 것 같다. 그렇게 기재한 사례는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 시장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지역 폭력조직인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가 대표를 맡은 코마트레이드 측으로부터 90여 차례에 걸쳐 운전노무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코마트레이드가 차량 렌트비 및 운전기사의 임금을 지급했으므로 그것을 이용한 은 시장이 교통비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운전기사 최씨는 월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은 시장의 운전 업무를 수행한 것이며 정치적 목적 등에 기초한 자원봉사를 한 것은 아니다"며 "은 시장이 차량을 이용한 것은 정치활동을 위한 교통비 상당의 이익을 제공받은 것이다"고 판단했다.
다만 "은 시장이 최씨의 급여와 차량 렌트비를 코마트레이드가 부담한다고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차량을 이용한 경위에 비춰보면 그것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제공이라는 점에 대해 미필적 인식에 따라 이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시장이 시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정도로 죄책이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은 시장은 교통 편의를 도모하려는 정치자금 제공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서 이를 기부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며 "93회의 차량 이용만으로도 은 시장이 기부 받은 경제적 이익은 결코 적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은 시장은 '운전기사가 자원봉사를 해 준 것'이라며 진정성 있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은 시장은 "항소심 선고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는 지난 5월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종류에서 '자원봉사자의 노무 제공'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아 헌법의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인이 후원금을 모집할 수 없다는 조항도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