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치료제 개발의 전 단계인 ‘회복기 혈장수혈’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완치했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혈장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제인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치료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혈장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에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중화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전문의약품이다. 혈장치료제 개발의 전 단계인 ‘회복기 혈장수혈’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완치했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혈장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혈액의 구성./사진=한림대병원

강력한 중화항체, 렘데시비르보다 낫다?


혈장치료제가 코로나19 구원투수로 주목받게 된 배경은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국내 환자에게서 유효한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환자 27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결과 호전된 환자는 9명인 반면 효과를 봤다고 판단하기 힘든 환자가 15명, 악화된 환자도 3명이나 됐다. 방대본은 이마저도 램데시비르에 의한 호전인지 대증요법 또는 환자의 면역력에 따른 호전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치료 효과를 보인 혈장치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복기 혈장수혈과 혈장치료제의 기본 골자는 같다. 두 치료법 모두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환자에게 투여해 면역력이 생기도록 돕는다. 현재 의료현장에선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 등을 빼고 중화항체가 포함된 혈장만 남긴 완치자 혈액을 환자에 수혈해 면역력을 강화시켜 치료한다.

항체의 바이러스 중화능력 검증 프로세스./사진=셀트리온

회복기 혈장수혈 연구가 충분히 선행돼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혈장량이 모여야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혈장치료제는 성분헌혈 단계에서 중화항체와 면역글로불린을 고농축해서 만든다. 면역글로불린이란 면역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성분헌혈로 수집한 혈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중화항체를 선정해 개발하면 항체치료제가 된다.
이번에 GC녹십자와 경남바이오파마·리퓨어생명과학,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는 혈장치료제나 항체치료제는 회복기 혈장수혈과 달리 실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항체를 최신 면역학적 연구법으로 찾아내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평가다.


최준용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완치자의 혈장을 가지고 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검증된 중화항체를 찾는다는 기능적 측면에서 봤을 때 혈장치료제·항체치료제는 백신과 비슷하다”며 “혈장치료제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전까지 치료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계점도 분명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장치료는 앞서 다른 질환에도 사용 중인 만큼 신뢰할 수 있지만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혈장치료, 안전하지만 고려사항 많아


혈장치료는 앞서 다른 질환에도 사용 중인 만큼 신뢰할 수 있지만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혈장치료제가 개발되려면 완치자의 혈장을 매번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혈장치료제 개발에는 최소 100명 이상의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치료제는 혈장 속 항체를 농축하는 과정을 거쳐 개발·생산하기 때문에 완치자의 혈장, 즉 혈액을 다량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완지차 혈장을 채취할 수 있는 하루 최대 분량도 제한적이다. 인력·장비 등의 문제 때문이다. 현재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인 GC녹십자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하루 혈장 확보 최대치는 각각 5명, 3명에 불과하다. 완치자마다 중화항체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큼 유지되는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은 회복기 혈장수혈이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의료진은 수혈치료의 부작용인 폐 기능 약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나 항말라리아제 등 약물에 반응이 없거나 인공호흡기 등을 단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회복기 혈장 치료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내 치료 성공사례가 발표되면서 혈장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혈액형이 다른 완치자의 혈장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도 완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① 지난 4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선 국내 처음으로 혈장치료를 받은 확진자 2명이 모두 완치판정을 받았다. 이들 환자 중 67세 여성은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며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항말라리아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이후 연구팀은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 500㎖를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환자의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② 지난 3월 68세 남성은 확진 판정을 받고 인하대병원에 입원, 첫날부터 폐렴 증상을 보여 항말라리아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으나 9일째 증상이 악화됐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회복성 혈장을 250㎖씩 두 번 투여했다. 이 환자의 혈액형은 B형이지만 혈장 공여자는 A형이었다. 혈액형이 다르지만 수혈 후 3일 동안 환자의 호흡곤란과 발열 증상이 개선됐다. 이어 혈장치료 4일 뒤 호흡곤란 증상이 재발돼 12일간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