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암이 발생했을 때 조직검사도 없이 항암제를 투약하진 않는다. 암의 조직학적 진단도 모른 채 절제를 하지 않는다. 모든 치료에는 순서가 있고 치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위험성을 평가하며 동료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최우선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 27일 '전공의 단체행동의 서막을 알리는 대회원 서신'에 이같이 적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역 의료인력 부족에 직면한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한 데 대한 입장이다.
대전협은 이 서신에서 "일련의 잘못된 정책이 우리 의료 현장을 위태롭게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과 환자의 건강을 저울질하게 했다"며 "기피과라는 창피한 이름표가 붙여진 채로 전공의들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병원에서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병원은 전공의를 방치하고 수련의 질을 관리하지 않으며 결과의 공공성만 강조할 뿐 이에 이르기 위한 과정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병원협회에 대해 Δ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찬성입장 철회 Δ의료현실에 대한 제대로된 분석 후 정책 제안 Δ안전한 진료 환경과 수련환경을 조성 등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준법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8월 총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투쟁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대전협과 의협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선 필수의료나 지역의료가 무너진 원인과 해결책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선 400명 중 300명을 지역 내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한들, 의무기간 이후 의료인력이 다시 수도권으로 모이면 불균형이 현재보다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간)가 최근 내놓은 입장서와 맥락을 같이 한다. 행간 역시 더 늦기 전에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할 것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대학 정원을 확대한 사례를 거론하며 "면허를 가진 간호사는 대폭 늘어났지만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 간호사 수는 2016년 기준 50.2%에 그친다.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핵심 원인은 열악한 노동환경인데 이를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지역 의료인료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문제가 되는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의료인력 부족문제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한 코로나19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관건으로 꼽힌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총 1만4175명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데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을 맞은 만큼 방심해선 안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의협은 성명을 통해 "지금은 일방적인 의사 인력 증원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의료계의 강력한 투쟁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투를 벌여온 의사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K-방역, K-의료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시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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