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5대 주체가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최종안에 서명한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본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 협약식을 갖기로 했다.
노동계에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경영계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정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정작 이번 합의문의 시초인 '원 포인트' 노사정 대화를 제안한 민주노총은 참석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합의문에 대한 내부 동의를 구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대의원 약 62%의 반대로 합의에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
이번 사회적 대화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래 22년 만에 국난 극복을 위해 추진된 '완전체' 사회적 대화였다는 점에서 이목을 모았다.
그러나 이 같은 중대 대화가 아무런 결실 없이 끝난다는 우려는 점차 짙어졌다.
이에 정부와 경영계는 민주노총 없이도 한국노총과 합의 취지를 살려나가기로 했다.
조합원 수만 100만명에 이르는 제1 노총이 빠진 '반쪽짜리' 비판을 피할 순 없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려면 반드시 협약 형태의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화상대' 신뢰에 '직선2기' 집행부까지…"득본 게 없다"
민주노총 내 반대파는 이번 노사정 합의문이 '4대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결국은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어 위기를 감내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4대 조항은 Δ근로단축·휴업·휴직 시 노동계 협력 Δ경영계 휴업수당 감액신청에 대한 정부의 신속승인 Δ특수고용직 고용보험 도입 때 당사자 의견수렴 Δ민주노총이 불참 중인 경사노위에서 합의 이행·점검 등이다.
게다가 노동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해고금지'와 '총고용보장'은 합의문에 "경영계는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비교적 모호한 표현으로 담겼다.
반대파는 이로 인해 IMF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제·파견제 도입을 규정한 노사정 합의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자의 고통 분담만을 요구하는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을 비롯,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에 민주노총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임기 후반에 접어들며 노동존중 정책 중 많은 부분을 포기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화와 협상의 기본 태도를 잊으면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상당 부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비단 문재인 정부만 아니라, 22년 만의 첫 국난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 성과를 한 순간에 뒤집어 버리는 민주노총과 어떤 정부가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민주노총 스스로 '원 포인트 대화'를 제안했던 만큼, 먼저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뒤 추후 교섭을 통해 '고용유지 노력'의 뜻을 구체화하는 전략을 펼 수도 있었다.
결국 민주노총은 합의 추인을 둘러싼 내홍에 따라 조합원이 직접 뽑은 직선 2기 지도부를 잃은데다가, 향후 협상 파트너로서의 신뢰까지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영계 "민주노총 등쌀에 짜낸 합의문…차라리 후련"
경영계는 이번 합의가 경사노위 체제에서 이행될 것이 확정되면서, 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교섭 과정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민주노총 측은) 다짜고짜 '사측이 내놓을 것부터 꺼내라'는 태도가 지배적이어서 협상에 애를 먹었다"며 "개괄적인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사회적 대화 순서인데, 당장에 '해고금지를 명문화하라' 등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오히려 경영계는 자신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임금인상 자제'가 합의안에 두루뭉술하게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차라리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짐을 덜었다는 반응마저 내놓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민주노총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고자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한다. 상호 간에 아무런 신의도, 제한도 없는 '장외 협상' 형태의 대화를 무리하게 추진해 결국은 취약계층의 코로나19 피해만 키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입장문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다. 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지난 7월1일 합의 무산 이후 경사노위에서 합의문을 가능한 빠른 시일내 합의 결의하고, 즉각 후속활동을 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태도 차이는 지난 20여년간의 '대화 공백'이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직선 2기 지도부 사퇴 표명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이 20년 넘게 사회적 대화를 한 적이 없어 '노력한다'는 말의 의미를 놓고도 집행부는 추가 교섭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는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고 했다"고 돌이켰다.
김명환 위원장도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이 가 보지 않은 길이었다"라며 "시작할지 말지, 어떤 내용으로 할지, 마무리와 합의 타결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과정 곳곳에 넘을 산이 많았다. 하나씩 넘는 데 집행부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약 한 달간 과정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민주노총이 통증을 앓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며 "민주노총이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사태를 단순 내홍이 아닌 '성장통'으로 승화하려면, 민주노총이 지금처럼 장외 투쟁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 실리적인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집행부 지도력과 소통력, 단결력 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 노조가 '방향성 불일치'를 이유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하고, 삼성과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가 줄줄이 한국노총 행을 택한 사건도 당분간 민주노총 노동운동 방향에 관한 토론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전날 김재하 부산본부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만장일치 선출하고, 계획대로 연말에 직선 3기 집행부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 국면에 돌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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