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현산이 공개적으로 밝힌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산은은 "현산의 인수의지와 진정성에 대한 저의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현산은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문을 금호산업에 발송했다. 지난 14일 조속한 계약이행을 촉구한 금호산업의 내용증명에 대한 대한 답변이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조5000억원을 베팅하며 아시아나항공을 1위 항공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현산. 해를 넘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산은 지난 4월29일 공시를 통해 당월 30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삭제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현산이 고민에 빠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이 불가능해지면서 올해 1분기 국적항공사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사태 장기화로 2분기 역시 적자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빨라야 내년 하반기 사태가 종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그로부터 2~3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없는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순차입금, 순손실이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급증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1만6872%다. 지난해 말 1795%에서 약 10배 늘었다. 최근 국제선 운항을 재개했지만 운항률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당분간 실적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매출급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정비 지출도 아시아나항공에게는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 IR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인건비, 유류비, 임차료, 정비비용, 공항 관련 비용 등에만 7778억원이 쓰였다.
학계에서는 현산이 명확히 인수에 대한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산은 금호산업와의 신뢰문제를 지적하며 문제제기에 나선 상태다. 이를 두고 인수포기를 앞두고 책임전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산의 이 같은 행보에 채권단은 이미 플랜B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영화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다. 산은은 지난해 5000억원, 올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한 상태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채권단은 36.9%의 지분율을 갖게 된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만큼 채권단 관리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실현하고 추후 재매각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대규모 구조조정과 부실자산 매각 등이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이 파산으로 갈 경우 협력사를 포함해 2만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현산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인수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조속히 입장을 밝혀 채권단이 플랜B를 가동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상 현산은 선행조건 미이행 시 오는 12월27일까지 아시아나항공 거래종료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