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국제선 비중이 높은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월 말 휴가철임에도 텅빈 인천국제공항.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각국은 출입국 제한 등 여행규제로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여행 및 항공산업은 급격한 소비위축으로 유례없는 위기에 처했다. 국적항공사, 대형 여행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영세 여행사업자의 휴업 및 폐업신고도 속출했다. 감염증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항공여행업계의 침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쓰나미에 휩쓸렸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은 항공 및 여행업이다. 감염증 확산으로 최대 80% 이상의 매출을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이 원천봉쇄되면서 적자전환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각각 566억원, 20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저비용항공사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은 ▲제주항공 657억원 ▲진에어 313억원 ▲에어부산 385억원 ▲티웨이항공 223억원 등이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등도 1분기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전망 역시 어둡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적항공사의 국제여객수(출도착 포함)는 877만9879명으로 전년대비 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운항편수는 71283편으로 전년대비 60% 줄었다.

코로나19는 국내 항공업계 최초의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은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거래도 무산시켰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여객점유율 확대 및 경쟁력 제고를 하겠다고 밝힌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3월2일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7월23일자로 공시했다.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결국 포기했는데 이는 현산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적항공사의 상반기 운항, 여객수 현황.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해외 입국제한 등으로 항공사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적항공사의 국제여객수(출도착 포함)는 877만9879명으로 전년대비 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운항편수는 71283편으로 전년대비 60% 줄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항공산업과 구조적으로 밀접한 여행사 역시 휘청거렸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6월부터는 창사 이래 첫 무급 순환 휴직에 돌입했다. 무급휴직은 평균 임금의 최대 50%(월 최대 198만원)를 정부지원금으로 보전하는 형태다. 올해 1분기(연결기준) 2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역풍을 맞은 탓이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130억원을 웃돌았다.
업계 2위인 모두투어도 위기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1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유급휴직을 이어오던 이 회사는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필수인력을 제외한 90%의 직원이 대상이다.


2분기도 적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관광 및 연관 사업에 대한 국민소비 지출은 지난 1월부터 6월 셋째 주까지 15조5000억원 감소했다. 여행 관련 소비 급감은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만 바라보지만… 답이 없다


항공사와 여행사는 현재 정부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오는 9월 말소되는 고용유지지원금 때문. 정부는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항공기 취급업 및 관광업종 등을 특별고용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제공해 왔다. 지원 기간은 최대 6개월(180일)이다. 항공, 여행사 대부분은 오는 9월부터 지원금이 끊긴다. 저비용항공사 사장단이 7월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가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을 건의한 이유다. 이들은 지원금 없이 일자리 사수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국토교통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의 필요성에 공감해 관계부처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단할 수 없다. 항공사는 이미 향후 대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은 7월28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올해 1분기 이 항공사의 정규직 근로자수는 1936명이다. 이 중 약 60%가 무급휴직을 신청한 상태다. 여행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여행업연합회는 여행사를 대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연말까지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가 관광산업 위기대응의 일환으로 무담보 특별융자 1000억원, 상환유예 2000억원 등의 지원에 나섰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20일부터 7월29일까지 폐업신고를 한 여행사는 453곳이다. 휴업신고를 한 곳도 93곳이나 된다.

연합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특별고용 유지업종으로 여행사를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고 있다”며 “문제는 조만간 지원 기간이 끝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지원금 연장을 건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15일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는 국내 여행사는 약 3700곳이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지속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병국 한국관광연구학회 회장은 “마이리얼트립의 경우 해외는 초토화됐지만 국내여행 활성화로 전년대비 매출이 약 4배 늘었다”며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익창출은 어렵겠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수익을 분명히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EO의 마인드와 코로나19에 대한 적응력이 중요하다. 수요가 없다고 나몰라라 한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청정국 간의 협력관계 구축으로 여행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윤 회장은 “한국, 대만,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은 코로나19 청정국으로 볼 수 있다. 문화관광부가 14일 자가격리 면제 등을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감염증, 방역증 교부 등으로 현지와 국내에서의 자가격리 문제만 해소한다면 충분히 여행 활성화가 실현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