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심판을 맡았던 마크 클라텐버그가 FA컵 결승전을 관장했던 앤서니 테일러 주심을 비호하고 나섰다.
클라텐버그는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기회를 주고자 자신들의 규정을 스스로 어겼다"라면서도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테일러는 지난 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FA컵 결승전 아스날과 첼시의 경기에 주심으로 배정됐다.
1978년생인 테일러는 2010년부터 프리미어리그 주심을 맡아온 10년차 베테랑이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으로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첼시는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과정에서 다소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음에도 비디오판독(VAR)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첼시는 이날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FA의 규정대로라면 테일러는 원래 이날 경기에 배정되면 안됐다. 규정상 FA컵 결승전 주심은 커리어에서 단 한번만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결승전에서 주심을 맡았던 테일러는 원칙대로라면 이날 경기에 배정이 불가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FA에 의해 이날 경기 주심으로 배정되면서 개인 커리어에서 2번째로 FA컵 결승전을 관장한 8번째 심판이 됐다. 테일러에 앞서 커리어에서 2차례 FA컵 결승전 주심을 맡았던 이는 1901년 아서 킹스콧이 마지막이었다.
FA는 지난 22일 이 기묘한 결정을 발표하며 "심판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유일무이한 해를 맞아 (테일러의 결승전 중복 배정이) 필요한 예외적 사항이라고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엘러레이 FA 심판협회장은 "슬프게도 올해 FA컵 결승은 빈 경기장에서 매우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다"며 "이와 관련해 우리 협회는 결승전을 맡을 준비가 되지 않은 다른 이를 (주심으로) 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클라텐버그도 이 결정을 두둔했다. 그는 "FA는 자신들의 규정을 비틀면서까지 테일러를 주심으로 앉혔다"며 "나는 이 규정을 지지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최고의 심판이 결승전을 관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일러는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주심이다. 프리미어리그를 이끄는 여러 심판 중 한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클라텐버그는 "(아스날에게 주어진) 페널티킥 판정은 100% 옳았다.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첼시)는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아스날)과 박스 바깥에서부터 접촉했지만 그는 오바메양이 박스 안에 진입할 때까지 (오바메양의) 어깨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바치치를 퇴장시킨 판정에 대해서도 "두번째 경고는 바보같았다. 하지만 50대50 경합이었고 그라니트 자카(아스날)가 연기를 펼쳐보였다"라며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클라텐버그는 "불행하게도 VAR은 테일러를 도울 수 없었다. VAR은 직접적인 퇴장 장면에 대해서만 돌릴 수 있고 경고 장면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며 "이날 장면은 VAR이 두번째 경고에 대해서도 힘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되레 규정 개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