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그래픽=김민준 기자
2019년은 한화생명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한해였다. 139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교보생명(5211억원) ▲동양생명(1515억원) ▲푸르덴셜생명(1407억원) ▲신한생명(1253억원) ▲오렌지라이프생명(2700억원) ▲라이나생명(3509억원) 보다 적은 11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70%나 감소한 수치다. 업계 2위 생명보험사로서 자존심이 상할만한 기록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해 말 차남규 전 부회장의 퇴임으로 올해부터 단독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이런 이유로 올해 여승주 사장이 어떤 반전으로 한화생명의 실적 회복을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하반기 실적도 살려낼까

생명보험업계에는 불황이 닥쳤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수익률 악화, 바뀔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파로 보험업계는 올 상반기에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선 운용자산수익률이 부진할 수밖에 없고 해외투자에서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신계약 유치 부진까지 겹칠 수 있어 여러모로 업계가 힘든 상황이다.


여 사장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 무너진 실적회복이다.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사적 비용절감, 투자수익률 제고, 보장성보험 강화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 사장은 한화그룹 내에서 대표적 금융전문가이자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다. 적자를 보던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부임해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경험도 있다. 그의 재무감각은 지금 한화생명에 필요한 리더십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여 사장은 올해 전사적 비용절감에 나섰다. 직원들에게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받는가 하면 업계 최초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클라우드에서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심사하는 ‘클레임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화생명은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약 1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단독 경영에 나선 여 사장의 상반기 성적표는 양호했다. 올 1분기 한화생명은 4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1분기(465억원)보다 소폭 상승한 실적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 상승했고 투자이익도 전년동기대비 40%가량 성장한 1조526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생명의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을 1219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50% 이상 상승한 수치다.

물론 1·2분기 실적 호조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1분기 실적은 채권매각이익(3500억원)이 상당 부분 반영됐고 2분기 호실적 전망은 주식시장 상승세로 약 1500억원의 변액보증준비금이 환입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상반기 실적이 늘어난 생보사의 경우 채권매각 등을 통해 투자이익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한화생명만의 특별한 경영전략이 먹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독 사장 체제인 여 사장의 진정한 경영능력 시험대는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생명이 입주해 있는 여의도 63빌딩./사진=한화생명 제공

새 판짜기 돌입, 당국 제재가 ‘변수’

“새로운 판을 준비하자.” 올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여 사장이 임직원에게 강조한 말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 신사업 추진 등 ‘새로운 판’을 통해 한화생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생명은 지난 6월 15개 사업본부 중 9개 사업본부를 디지털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부서로 꾸렸다. ‘새로운 판’을 위한 효율적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여 사장은 ‘리크루팅 넘버원’ 전략도 추진 중이다. 한화생명은 상반기 FP(설계사) 리크루팅 규모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비용절감과 언택트(비대면) 영업 강화를 이유로 전속채널 조직규모를 줄이는 가운데 한화생명은 되려 강화했다. 영업 경쟁력의 근간인 설계사를 대폭 늘려 본업 경쟁력을 우선 강화해야 새로운 판을 짤 역량도 기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설계사 채용 확대는 보장성보험 판매 확장 때문이기도 하다. 보장성보험은 저축성보험에 비해 보장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다. 이런 이유로 설계사 등 대면영업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오는 2023년 시행을 앞둔 IFRS17도 보장성보험 확대의 이유다. IFRS17 시행 시 보험사의 부채평가는 시가기준으로 바뀐다.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저축성보험료가 모두 부채로 잡힌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 사장의 이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한화생명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감원은 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주시키면서 공사비를 받지 않고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보험업법 위반으로 간주했다.

만약 한화생명이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처분 후 1년간 신규 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 사실상 신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제재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로필☞
▲1960년 서울 출생 ▲서강대 수학과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대한생명보험 재정팀장 ▲대한생명 전략기획실 실장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 ▲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한화생명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