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딜(인수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해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왔다"며 "계약이 무산되면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다"고 밝혔다.
재실사 거부산 산은, 아시아나 협상 종결 수순
이 회장은 3일 오후 열린 'KDB산업은행 주요이슈 온라인 브리핑'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하등 잘못한 게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산을 향해 "거래 종결 시점에 맞춰서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밝힌 계약 종결 시점은 이달 12일이다.앞서 금호산업은 현산에 오는 8월12일 이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러시아 정부의 기업결합심사가 지난달 마무리되면서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이 현산에 계약을 이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따라 러시아 기업결합심사가 끝난 14일로부터 10영업일 사이에 SPA 내용대로 유상증자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다시 10영업일간 계약조건을 불이행하더라도 기다려주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되 이것이 끝나는 8월 12일부터는 계약해제가 가능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현산 측 재실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최 부행장은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전제가 성립될 때 제한적으로 재실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7주 동안 실사를 진행했다. 또 M&A 협상이 진행되는 6개월 동안 인수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인수가 전제가 된다면 인수 후 영업환경분석 및 재무구조 개선 위한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제한된 범위 내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채권단은 그간 표명해온대로 현산 측에서 인수 확정을 전제로 거래 종결에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자 할 땐 이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플랜B' 준비, 채권단 주도 아시아나 경영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되면 산은을 비롯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를 진행한다. 산은은 추가 출자전환 등을 비롯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최 부행장은 "아시아나 경영을 안정화시킨 뒤에 LCC 분리매각이나 자회사 처리 등의 방안도 적극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라며 "아시아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추후 경영정상화를 돕기 위해 기금 지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영구채 외 다른 대출채권의 출자전환 여부나 규모, 금호산업 측의 감자 등 구체적인 플랜B의 내용에 대해선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가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먹구름이 걷히면 항공산업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본다"며 "아시아나는 훌륭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이기 때문에 현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채권단은 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되면 현산이 이미 납부한 2500억원의 계약금을 놓고 법적인 책임 공방이 불가피하다. 금호와 현산 모두 서로에게 거래무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 회장은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이번 협상에서 하등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법적인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산이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한 것들은 대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다"며 "그럼에도 금호는 신의성실에 입각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계약 무산과 관련해서는 현산에 원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본인들의 책임은 본인들이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