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김밥 재료 중 하나인 시금치를 부추로 대체했다. 최근 2주 사이 시금치 값이 두배 이상 뛰었기 때문. A씨는 "재료 변경으로 인해 손님 한명한명 올 때마다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채소 값에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작물 피해로 인해 채소류 출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 시금치와 상추의 경우 나날이 가격이 치솟으면서 금(金)시금치, 금(金)상추가 됐다. 이에 정부는 비축물량을 출하하는 등 수급 안정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년 만의 최장기 장마… 밥상물가 '껑충'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적상추 도매가격(4㎏)은 지난달 24일 2만6920원에서 이날 5만6540원으로 두배 이상(110%) 올랐다. 같은 기간 시금치 도매가격(4㎏)은 1만5680원에서 4만2900원으로 3배가량(173%) 뛰었다.
이는 긴 장마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영향이다. 폭우로 인해 논과 밭이 토사와 함께 쓸려갔고 공급이 줄면서 결국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7581㏊에 이르는 지역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유실되거나 매몰된 농경지는 497㏊에 달한다.
밥상 물가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내식이 확산된 가운데 지난 5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큰 폭으로 뛰었다. 7월 말부터는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채소류 가격이 폭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으로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특히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4% 올랐다. 이는 2018년 11월(10.5%)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장바구니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장마 뒤 폭염이 겹칠 경우 작물이 짓무르면서 출하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농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추석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비축물량 풀어 농산물 가격 안정화"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물량을 출하하는 등 수급 안정조치에 나선다. 농가에는 약제를 30~50% 할인해 공급하고 재해복구비와 재해보험금을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및 정책점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긴 장마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 일부 채소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다"며 "장마 이후에는 태풍, 폭염 등 기상여건 변화에 따라 가격이 다시 한번 크게 변동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시적인 농산물 수급 불안정이 서민물가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축물량을 출하하는 등 품목별로 맞춤형 수급 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신속한 피해복구 지원, 생육점검 강화, 농산물 생장 및 병해충 피해 방지를 위한 영양제·방제약 등에 대한 30~50% 할인공급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