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대전에 내린 폭우로 인해 중구 중촌동 벽화마을 일대에 비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마을 주민 A씨가 주변 상황을 살피러 나섰다가 발을 헛디뎌 뇌사상태에 빠진 뒤 6일 만에 숨졌다.
이번 수해는 약 2개월 전부터 수차례 예고됐었다. 대우건설(주)이 2022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6월부터 중구 중촌동에 지하2층, 지상 35층, 9개 동(860세대)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로 인해 유등천 방면 배수로가 막혀 빗물이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마을로 역류한다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중구청이 수차례의 침수피해를 확인하고서도 건설사 측에 행정명령 대신 시정공문 등을 발송하는 것에 그쳤다.
출근했더니 사무실에 토사 쌓여…이후 3차례나 더 피해
10일 인근에서 잉크제조업을 하는 B씨는 지난 6월 11일 첫 침수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이날 하루 동안 80mm의 비가 내렸고, 이전에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B씨는 즉시 중구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중구청 공무원과 함께 현장 조사해 본 결과 아파트 공사현장 배수로에 토사가 쌓여 역류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B씨는 "당시 아파트 공사를 하기 전에 있던 인공위성 사진을 확인했고, 토목공사 당시 배수로가 막힌 게 확실하다. 중구청도 사진과 내용을 확인한 뒤에 대우 측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당시 '호우대비 중촌동 425-2번지 배수로 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대우건설 측에 보냈다.
공문에는 ‘귀 사에서 현재 공사 중인 중촌동 176번지 외 51필지 주택건설사업으로 인하여 중촌동 425-2번지의 배수로가 차단되어 2020. 6. 11. 폭우 시 인접 지역(중촌동 429-25번지 일원)에 침수가 발생하였으니,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기 지역에 대하여 배수 시설물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후에도 추가 조치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B씨는 "건설사 측에서는 배수로와 집 앞 하수구 등에 소형펌프 2개를 설치했는데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용량이 부족한 것 같다. 더 큰 펌프나 배수로를 더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며 "결국 7월 13일에 2차 피해가 또 발생했다. 사무실에 10cm가 찼다. 다시 항의했고, 중구에 민원제기를 하자, 이번에는 중구청이 직접 나서서 사무실 하수구에 펌프를 추가 설치해줬다. 대우건설도 배수로에 펌프 1개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큰 사고…정치인들 오니 그제야 배수로 정비
그렇지만 피해는 또 발생됐다. 그는 "7월 29일에 50cm가량이 또 침수됐고, 너무 화가 나서 현장사무실 찾아가고 중구청에도 전화를 다시 했었다. 그렇지만 현장사무실에서 돌아온 대답은 더 큰 펌프를 4개를 주문을 했다는 얘기였다"면서 "결국 다음 날인 30일에 1m가 침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4번이나 피해를 보게 됐다. 사무실 인근 11가구도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날이 A씨가 배수로를 보러갔다가 발을 헛디뎌 사고가 난 날이다.그는 "30일에는 구청장과 구의원 등이 나왔고, 현장소장도 그제야 나왔다. 이날부터 대우건설은 현장 옆에 있는 배수로를 파기 시작해서 유등천으로 빼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A씨의 유족 측은 “건설사가 원인이라고 딱 꼬집기는 애매모호 하지만,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는 없다. 그런데 건설사 측에서는 무조건 아니라고 하니까 화가 날 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행정명령 없이 공문만 2차례 발송
중구청 건축담당 부서에서는 "하수문제는 하수계 쪽에서 조치하는 것이다. 배수가 잘 될 수 있도록 임시배수로를 내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도 강제성 여부는 "협의에 의해서 진행된다"고 했다.하수담당 측은 "대우건설 측이 구거를 막아놔 발생된 일이다. 대우건설 측에 조치를 취하도록 얘기도 했고 공문도 2차례나 보냈었다"고 설명했다. 강제성을 가진 행정명령 부분은 "총괄은 감리단과 시공사를 관리하는 건축과에서 한다"고 했다.
대우건설 측 관계자는 "침수 자체가 대우건설의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당초에는 우리 측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침수된 것으로 판단하고 보강을 했던 것"이라면서 "알아보니까 다른 원인도 있는 것 같아 조사 중에 있다"고 하면서도 정확한 부분은 밝히지 않았다. 또 마을 피해상황과 관련해서는 "보험접수를 해서 처리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보험을 떠나서 대민지원 차원에서 도배장판 등을 해주고 있다. 나름 (도의적인 역할을)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예전에는 없던 수해가 발생한 부분은 충분히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며 "행정명령을 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적극적인 행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