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에스크로 약정'으로 투자금을 보관하는 업무를 맡은 뒤 동의 없이 자금을 돌려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 김미경 김재승)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62)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피해자 B씨에게 10억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한씨는 지난 2018년 6월26일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 서초구 소재 법무법인에서 자금주 A씨, 의뢰인 B씨와 함께 에스크로 약정을 체결했다.
에스크로 약정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금전 거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중개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약정에 따라 A씨와 B씨는 각각 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총 10억의 자금은 한씨가 보관하기로 했다. 아울러 같은해 7월10일까지 금융투자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이후 5억원을 각각 돌려받기로 했다. 또 금융투자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일부 금액을 수수료 명목으로 한씨에게 주기로 했다.
약정에 따라 A씨는 자금표를 작성하는 역할을 했고, B씨는 자금을 불려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씨 또한 투자가 끝나고, 수익이 정산되기 전까지 한쪽 일방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한씨는 계약 체결 당일날 B씨의 투자금을 A씨에게 그대로 건넨 혐의를 받는다. 한씨는 A씨로부터 수고비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조사결과 A씨는 한씨가 중개한 또 다른 에스크로 계약의 피해자였고, 수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한씨에게 "수억원의 피해금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이번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씨 측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범행 당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 사건 에스크로 자금의 행방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A씨에게 이를 교부한 것"이라며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씨는 피해자를 위해 보관해야 할 업무상 임무를 어기고 재산상 손해를 가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에 이르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씨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상당한 재산상 피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며 "다만 한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적은 점과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한씨는 의뢰인에게 상품권과 현금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법조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뒷돈을 챙겨 구속기소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18년 대한변호사협회는 한씨에 대해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영구제명'을 결정했다. 처분에 불복한 한씨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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