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최근 교인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으며, 이날 전광훈 담임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20.8.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전통·종교적 행위가 미친 영향'은 지난 2015년 10월 '범아프리카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이다. 종교적 행위와 감염병(에볼라 바이러스)의 연관 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룬 국내외 논문·보고서는 사실 흔하다. '구글' 검색창에 영문자 'religious rituals'(종교적 의식 절차)와 'infection'(감염)을 나란히 입력하면 여러 편이 쏟아진다.

이 글 첫머리에서 소개한 논문이 흥미로운 것은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신도들은 보건 당국보다 성직자의 말을 더 신뢰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는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보건 담당자와 지역사회 간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 지대한 역할(일종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바이러스 예방 정책 입안자는 종교 지도자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종교 지도자는 감염병 확산 억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책임과 역할이 무겁다는 의미다.

5년 전 논문을 다시 들추게 된 이유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정 종교'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다. 이 교회 담임 목사는 전광훈씨다. 전씨가 그동안 어떤 주장을 해왔고 어떤 혐의를 받으며 법원을 오갔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코로나19 확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꼭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전씨는 지난 15일부터 3일간 이어진 연휴 기간 뉴스 페이지를 뜨겁게 달궜다. 교회 내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로 자가 격리 조치를 통보 받고도 그는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석했다.

그날 '국민민폐 전광훈의 재수감을 촉구한다‘는 청원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등장했다. "수천명이 모이는 각종 집회를 지속해서 열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애쓴 방역 당국의 노력마저 헛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청원 이유다. 10만명 이상이 하루 만에 이 글에 동의 의사를 표시할 정도로 공감대가 확산했다.

시민단체는 전씨를 고발했고, 사랑제일교회 인근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으나, 전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랑제일교회는 "자가격리 의무 위반 사실이 없다"는 전 목사의 입장을 발표했다. 전 목사도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에서 "나는 지금 이렇게 멀쩡하다"며 "열도 안 오르고 병 증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씨 측은 서울시 서정협 시장 직무대행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박능후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을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죄로 고소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독자 상당수는 알 것이다. 전씨는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른바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는 전씨를 포함해 최소 320명으로 추정된다.

한줌의 책임이라도 느끼고 있을까. 그는 17일 저녁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턱스크'를 선보여 종교인의 품위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했다.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린 채 웃으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전씨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보건 당국보다 전씨의 말을 더 신뢰하는 신도들에게 이 모습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회 각 분야에 물의와 파장을 일으키고도 당당한 전씨를 보면서 종교인을 자처하는 사람의 양심을 생각하게 된다.

사도행전 24장 16절에는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도 하나님과 사람에 대하여 항상 양심에 거리낌이 없기를 힘쓰나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깨끗한 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엄중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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