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강수련 기자 = #"택배 없는 날을 맞아 아이들하고 여동생, 남동생네와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주에 있는 호텔과 실내수영장에 갔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18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택배기사 김지환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도 저녁 늦게까지 배달을 하다 기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김씨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제주에서 택배일을 한 지 만 3년이 됐다는 김씨는 이런 휴가가 처음이라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가 나아지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가까운 경주나 부산 같은 곳에 한 번 가자고 아이들과 이야기했다"며 "다음부터는 계획도 미리 짜서 부모님이나 처가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며 웃었다.
택배 없는 날이 지나고 '물량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었지만 김씨는 "제주는 생각보다 과부하가 많지는 않았다"면서 "물량이 더 몰린다고 해도 택배 없는 날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8월14일 28년 만에 첫 '택배 없는 날'이 추진되면서 김씨뿐만 아니라 많은 택배기사들이 꿀맛 같은 사흘간의 연휴를 보냈다.
택배경력 8년 차인 택배기사 유모씨도 택배 일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가족들과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울산에서 택배를 배달하는 최모씨 역시 "13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밝혔다.
충청 지역에서 택배 업무를 하는 김모씨는 "아이가 자주 아팠는데 아내가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이 어려워 병원을 데려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택배 없는 날을 이용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 이천에서 일하는 택배기사 홍모씨도 "바쁜 배송 일정에 광주(光州)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가족들과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택배 일을 하는 김모씨는 "오래간만에 서울에 있는 여자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주문이 늘고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는 8월14일 택배 없는 날을 추진했다.
택배 없는 날에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4대 택배사 외에도 한국우정본부도 동참하기로 하면서 5대 택배사 소속 택배기사의 95%인 약 4만 명이 이날 공식적으로 쉰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에서는 택배 물량이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13~16일 택배 주문 안하기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진보당 부산시당과 염태영 수원시장 등 정치권에서도 이 기간 택배 주문 자제를 권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택배 노동자들에게도 각자의 삶과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다"며 "단 하루의 휴가였지만 전국의 모든 택배 노동자들이 8월14일을 앞으로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라면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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